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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공포,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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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83(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달걀(43.4%), 돼지고기(16.4%), 수입쇠고기(10.1%), 쌀(10.2%), 상추(35.3%), 마늘(16.4%) 등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뉴스1]

6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83(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달걀(43.4%), 돼지고기(16.4%), 수입쇠고기(10.1%), 쌀(10.2%), 상추(35.3%), 마늘(16.4%) 등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뉴스1]

‘에너지·그린 인플레이션’ 지구촌 휩쓸어

산업구조 지각변동 여파, 단기안정 힘들 듯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던 ‘에너지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그 진앙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이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2.3% 급등한 77.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81.26달러로 치솟으며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유가가 오르면 값싼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서 가격 안정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워낙 상승세가 가팔라 셰일오일의 가격 안정 효과도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산업구조의 지각변동 여파가 크다. 친환경 산업에 중점을 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책이 확산하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풍력 의존도가 높아진 유럽에서 최근 바람이 잘 불지 않아 석탄·천연가스 수요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유럽의 천연가스 거래 지표인 네덜란드 TTF의 11월 선물은 전날 대비 19% 폭등해 ㎿h당 118유로에 거래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로는 400% 폭등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에너지 수요가 살아난 것도 천연가스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다.

문제는 현재 에너지 공급 환경으로는 단기간에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곧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등해 가격 안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여파로 모든 생산비용이 치솟으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모든 경제활동의 출발점인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물가를 전방위적으로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해 반년째 2%대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써 올해는 2012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2%대 물가상승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모든 물가의 출발점인 에너지 값이 오르면서 최근 들어 오르지 않은 제품이 없다. 특히 채소·과일·축산·가공식품·생활용품 등 국민 생활필수품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우윳값도 인상이 예고돼 있고 계란·삼겹살·라면 등 기본 생필품 가격도 불안해지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린 인플레이션’이 함께 일어나고 있어 기업의 생산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구리·니켈 등 관련 원자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생산 규제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집값 폭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무겁고, 유가 상승 여파로 전기료 인상 압력도 높다. 정부와 기업은 한국을 덮쳐 오는 인플레 공포를 떨쳐내는 데 만반의 대비에 나서야 한다. 전례 없던 양상인 만큼 빈틈없는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