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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이익 25%씩"…대장동 4인방 '이면 합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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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캡처

검찰은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할 당시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과 개발이익 25%를 받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유 전 본부장이 개발이익 25%를 약속받은 시점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점인 2015년 3월로 적시하면서다.

이는 사업자 선정을 놓고 뒷거래를 했다는 뜻이어서 향후 유 전 본부장의 뇌물 혐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건 물론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를 입증할 핵심 범죄사실로 꼽힌다.

‘이익 25%’는 민간사업자 선정 대가?…유동규 “700억? 술자리 농담”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사업자 선정 단계부터 핵심 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만배(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및 정영학 회계사(5호)와 개발이익 25%를 받는 대가로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몰아주도록 사업을 설계하는 약정을 맺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재직 당시 대장동 민관합동개발을 설계하고, 2015년 3월 화천대유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장본인이다.

그는 사업자 선정 3년 전인 2012년 4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시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판교 도시개발사업'이란 이름으로 민관합작법인(SPC)을 통한 대장동 개발 구상을 공개했을 정도다. 이 기사에서 남욱 변호사(당시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는 “민간사업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빠른 도시 개발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할 무렵 대주주들과 ‘개발수익 25%’를 약속받는 이면 합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특혜 설계자’로 본인이 ‘수혜자’가 될 이면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민간사업자 선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3월 11일 공사 초대 사장이 사직하면서 공석이 되자 같은 해 7월까지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사이 민간사업자 공모(2015년 2월)와 심사(3월 26~27일)-선정(3월 27일)-주주협약·사업협약 체결(6월)-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 출범(7월)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보목록에 따르면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보고’ (2015년 3월 27일) 등의 문건이 결재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보고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별동대’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전략사업팀(현 전략사업실)이 애초부터 초과 수익 환수를 포기한 공모지침서를 만들어 유 전 본부장에게 보고했고 화천대유를 통해 그대로 실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별동대에는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남 변호사의 추천으로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가 전략사업실장으로 참여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통상 이런 이면 약정은 개발 사업을 시작한 뒤 맺는 것이 아니라 약정을 한 뒤 사업을 시작한다”며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각각 25%씩 이익을 가져가는 이면합의서를 작성했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개발이익 25% 약정’이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대장동 녹취록’의 700억원 약정과도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2015년 3월 사업계획 당시엔 화천대유 측 예상이익 1800억원 가운데 25%(450억원)를 추후 유 전 본부장에게 받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개발이익이 몇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에 700억원을 준다’는 대화를 녹음한 지난해 10월엔 화천대유 측 주주들의 배당금만 4040억원, 별도 아파트 분양수익이 3000억원가량에 이른 상황이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이 같은 영장 범죄사실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물론 화천대유 측 최대주주인 김만배씨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배당금 등에서 경비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수백억 뇌물을 약속했다는 얘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는 김씨 측의 주장이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도 “김만배씨가 ‘우리 후배한테도 반 줄까’라고 해서 ‘그럼 주세요’라고 한 것이고 그다음부터 얼버무리고 안 준 것”이라면서 “술자리 농담으로 주고받은 게 녹취가 되니까 마치 (700억원을) 약속한 것처럼 와전됐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배임 수사’에도 영향줄까…‘대장동 설계’ 개입이 관건

법조계 안팎의 관심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차기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다. 성남시에 돌아가야 할 이익이 민간업체에 과도하게 배분되는 사업구조 설계에 이 당시 시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대선 판도까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 구속영장에는 '민간사업자와 결탁해 사업자 선정의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의 유일한 방패는 청렴”이라며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어 있던 ‘부패즉사 청렴영생’, ‘부패지옥 청렴천국’! 공직자들을 향한 경고인 동시에 저와 가족, 주변 사람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패였다”고 본인의 결백을 재차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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