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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홈런 오재일 “우승이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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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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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청부사’ 오재일(35·삼성 라이온즈·사진)의 배트가 뜨겁다.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오재일은 지난겨울 삼성과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30억원 정도의 예상가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걱정이었다.

그는 3월 말 옆구리 복사근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오재일은 4월 27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 있었던 거 같다. 더 잘하려다 보니까 부상도 경험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오재일의 타율은 갈수록 올랐다. 4월을 0.214로 마친 뒤 5월(0.263)과 6월(0.287) 조금씩 끌어올렸다. 덕분에 도쿄올림픽대표팀에 뽑혔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달아보는 태극마크였다.

하지만 올림픽 직후 타격감이 차갑게 식었다. 8월 타율이 0.250에 불과했다. 월간 장타율도 0.308로 뚝 떨어졌다. 그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때 좀 처져 있었다. 올림픽과 상관없이 잘 맞지 않았던 시기였다. 안 좋았던 흐름이 한 달 이상 가면 안 되니까 다시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재일은 9월에만 홈런 10개를 때려냈다. 한 달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건 데뷔 후 처음이었다. 리그 월간 홈런과 타점 모두 1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세 번이나 달성했다. 오재일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8월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9월이 되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조금씩 날이 풀리면서 체력적, 심리적으로 잘된 것 같다. 감이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일의 숨겨진 강점은 1루 수비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1루수의 포구가 불안하면 (내야수들이) 공을 잡은 뒤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고 걱정한다. 오재일은 웬만한 걸 다 잡아낸다”고 평가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재일은 악송구가 와도 부드럽게 캐치한다. 1루 수비가 KBO리그 톱”이라고 극찬했다. 팀 동료 오선진도 “1루 수비가 정말 중요한데, 재일이 형은 타깃(덩치)이 크다 보니 던질 때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내야수들이 부담 느끼지 않도록 송구를 다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오재일 덕분에 팀 타선과 수비의 짜임새가 확 달라졌다. 구자욱-호세 피렐라-오재일-강민호로 이어지는 타선의 무게감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1루가 탄탄해지니 전체적인 내야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그 결과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뒀다. 오재일은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다. 팀 우승이 최고의 목표”라며 “팀이 우승하면 개인 성적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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