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의 시시각각

이재명의 측근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0:39

업데이트 2021.10.0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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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가 “산하기관 중간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했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

10년 끼고 돈 핵심 유동규 두고
"측근 아니다"라며 말 꼬인 해명들
비리 책임론 피하려는 꼼수 아닌가

 그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이후 인수위원이 됐으며, 곧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관련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나 ‘임명권자(이 후보)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해 발탁된 경우였다. 이사장이 공석이었던 터라 바로 시설공단의 일인자가 됐다. 그는 정관을 변경해(이 후보가 승인했다) 이사장이 아닌 자신이 인사권을 가졌다. 이사장 임명 전 3개월 동안 20여 차례 인사했고 징계권도 남용했다. 시의회에 나와 그는 “인사를 해서 벌을 줄 때 그 스트레스가 벌을 받는 사람보다 더하다”는 주장도 했다.

 2013년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도 그는 기획본부장이었다. 여전히 “인사를 하려 해도 유 본부장이 다했다”(초대 사장)던 실세였다. 이듬해 4월 퇴사했다가 4개월 만에 같은 자리로 재입사했는데, 중간에 성남시장 선거가 있었다. 시의회에선 선거운동을 한다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2015년 3월 초대 사장이 임기(3년)의 절반을 남겨놓고 퇴직해 그가 명목상으로도 일인자(사장 직무대행)가 됐다. 새 사장이 오기 전 4개월여간 그는 크고 작은 조직개편을 했고,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화천대유 측을 선정했으며, 결과적으로 화천대유 측에 크게 유리한 주주협약·정관 체결을 최종 결재했다.

 그 사이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 후보의 형인 이재선씨가 생전에 이 후보의 부인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내가 문자 보니까 (이 후보가) 유○○ 엄청 사랑합디다”라고 한 녹취록도 있다. 그런데도 유 전 시장은 승승장구했다.

 그가 성남도공을 다시 떠난 건 2018년 3월이었다. 또 이 후보의 선거(경기도지사)를 앞두고였다. 같은 해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낙하산이란 질타에 그는 부인하지 않은 채 “성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측근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10년인데, 이재명 후보는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지난주엔 “선거를 도운 적 없다”더니 3분 만에 “선거를 도왔다”고 했고, 3일엔 “성남에선 도와줬는데 경기도에 와선 안 도와줬다”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정작 2019년 12월 ‘3년 만에 금한령 방패 뚫은 이재명·유동규의 투트랙 비법’이란 기사를 공유한 건 이 후보 자신이었다. 기사엔 “유 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란 대목이 있다. 이러니 오죽하면 이 후보를 향해 “차라리 ‘나는 이재명이 아니다’고 하라. 아니면 ‘내가 이재명이란 증거 있나’고 하던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고 하겠는가.

 말이 꼬일 수밖에 없는 이 후보의 심리와 전략을 이해한다. 스스로 “설계자”라고 자랑했던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 사업”이 권력형 비리로 드러나고 있지만 어떠한 책임론도 떠안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럴 때 권력의 법칙은 “대담하게 행동하면 놀랍게도 약점을 감출 수 있다. 사람들은 대담한 이야기를 더 쉽게 믿으며 그 안에 담긴 모순점들을 알아채지 못한다”(로버트 그린)고 가르친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하고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개발을 했다”고 반박하는 이유일 터다.

 그러나 말이다. 그가 꿈꾼다는 대동세상은 “강자의 폭력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함께하는 세상”이다. 대장동 세상은 원주민들이 헐값에 땅을 수용당하고 입주자들은 고액으로 분양받으며 그로 인한 막대한 이득의 대부분은 몇몇에게 돌아갔고, 단물 빠는 무리도 꼬였다. 그가 정치 아닌 염치를 안다면 진심으로 미안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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