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상연의 시시각각

비호감 대 비호감

중앙일보

입력 2021.10.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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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상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한 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입니다'란 백보드를 가리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한 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입니다'란 백보드를 가리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회창 대 반이회창으로 치러진 2002년 대선전은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져 내린 과정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비호감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치러진 지난 선거는 달랐다. 국민 두 사람 중 한 명꼴로 비호감을 표시했지만 열광적 지지층이 선거판을 압도했다. 비호감이 승패를 가르진 않는다. 그래도 국민 절반이 싫어한다는 건 국정을 끌어가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뜻이다. 생각이 다른 적극적 지지자와 적극적 반대자는 편을 갈라 상대편을 적처럼 공격하고 비난하게 된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렇다. 그땐 그래도 유권자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고를 수도 없을 때다.
 막상막하 비호감을 자랑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만의 미국 대선이 그랬다. 분열과 갈등뿐인 비정상 선거에서 두 사람은 자기편만 보고 달렸다. 지지층을 결집시킬 확실한 재료만 퍼붓다 막판엔 ‘안 보이는 것도 전략’이라며 숫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려고 애썼다. 상대편 실수를 기다렸다. 어차피 ‘누구를 더 용납할 수 없느냐’가 관건이다. 득점보다 실점을 줄이면 호감을 못 늘려도 비호감은 줄일 수 있다. 이런 선거에서 통합 정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분열과 리더십 위기에 갇힌 미국 용광로는 지금 깨진 틈으로 끊임없이 쇳물이 뿜어져 나온다.
 후끈 달아오른 우리 대선판이 닮았다. 여야 1, 2위를 다투는 후보 4명에겐 몽땅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상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기대가 선거판 저변을 흐르는 에너지다. 미국선 그래도 부통령 짝짓기로 비호감을 반전시키려는 흥행 시늉이 있다. 우린 대놓고 안으로만 굽고 우리 편으로만 향한다. ‘나를 욕하는 사람은 원래 나를 안 찍을 사람들이다. 신경 쓰지도 않고 기분 나쁠 필요도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니 어떤 엽기적인 사건이 터져도 시비가 없다. 죄다 상대방 탓이다. 진영 유불리만으로 치고받는다.

정치 중립 의심받는 지금 검찰론  

대선주자 수사 논란만 키울 것

의혹 당사자가 특검 요구 나서길

 온 나라를 뒤덮은 ‘화천대유’와 ‘고발 사주’가 그렇다. 여야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가운데 있다. 모든 국민을 어지럽고 분통 터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과의 전쟁, 윤 전 총장은 검찰 독립을 내건 정권과의 싸움이 정치적 밑천이다. 그럼 중립적 특검에 맡겨 모든 의혹을 백일하에 밝히는 게 순리다. 검찰은 미덥지 않다는 사람이 절반인 데다 다투는 대상이 정치검찰이어서 맡길 수도 없다. 의혹 당사자인 두 사람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받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그냥 ‘적반하장’이라고만 우긴다.
 특권과 반칙을 몰아내고 흑백을 가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법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분들이 엄중한 의혹을 받는다면 자신들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특검 수사를 앞장서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수사에 100% 동의한다면서 특검엔 반대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역대 최악이란 비호감 선거를 호감 선거로 돌릴 기회다. 싫은 사람 말을 듣지 않듯이 유권자는 싫은 후보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무게로 공정하게 진위를 가리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나라가 사실상 분단 상태다. 통합을 약속한 지금 정부가 더 확 키웠다. ‘우리 이니 마음대로 해’란 쪽 눈치만 살피다 스멀스멀 ‘대깨문의 나라’가 됐다. 이젠 바꿀 때도 됐다.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닐스 보어는 빛을 연구하며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거는 지지층만 치르는 게 아니다. 반대 여론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싫어하는 사람과 말도 섞어야 한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물러나라고 손가락질해서 될 일이 아니다. 손가락이 먼저 자기를 향해야 한다. ‘나도 너도 모두 특검 받자’는 얘기를 왜 못하나. 선거는 갈등의 끝이어야 한다. 시작이 아니다.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정치 중립 의심받는 지금 검찰론
대선주자 수사 논란만 키울 것
의혹 당사자가 특검 요구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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