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어섰다. 국민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친 것이다. 정부는 높아진 접종 완료율에 맞춰 방역수칙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18일부터 적용될 다음 거리두기엔 사적 모임 기준이 더욱 풀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개천절·한글날 연휴 영향이다. 신규 확진자 수 자체가 많아지면, 위중증 환자 역시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완화의 속도 조절과 함께 위중증 환자를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석달 사이 쑥 오른 백신 접종완료율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 국민의 52.5%다. 18세 이상으로만 따지면 61.1%에 달한다. 접종 완료율은 최근 석 달 사이 쑥 올랐다. 현행 4단계 체계의 거리두기 개편이 시행된 지난 7월 1일만 해도 9.8% 수준이었다. 그 새 40%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이다. 요즘도 백신 접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개천절 연휴 기간인 지난 2일만 해도 40만6444명이 2차 접종을, 12만4504명이 1차 접종을 각각 받았다. 정부는 이달 안에 ‘70% 접종 완료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접종 완료율이 70%에 도달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일명 위드 코로나) 전환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된다. 정부는 10월을 일종의 ‘테스트 기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증가하는 접종 완료율에 맞춰 거리두기를 조금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앞으로 두 주간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 세부 지침을 완화했다.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결혼식·돌잔치·실외 체육시설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을 늘린 것이다. 앞으로 개천절·한글날 연휴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추가적인 사적모임 완화 조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4단계 지역 내 식당·카페 8명(접종 완료자 4명 포함 시) 모임 허용, 영업제한 자정까지 2시간 연장, 타 다중이용시설로의 접종혜택 확대 등이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해외에선 완료율 50% 넘자 위드 코로나
외국에서도 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어서는 시점에 일상 회복에 속도를 냈다. 치명률이 안정화되거나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나타내면서다. 영국의 경우 지난 6월 21일(현지시각) 방역 조치 완화 로드맵 4단계가 시행됐다. 거리두기 등 모든 방역조처가 해제되는 단계다. 접종 완료율 53% 때다. 프랑스는 8월 초 접종 완료율이 50.5%가 되자 백신 여권을 전제로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각각 접종 완료율 59.3%(7월 13일), 38.7%(5월 23일)가 되자 실내 마스크 착용 같은 최소한의 조처를 둔 채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반면, 한국은 접종 완료율 50%에도 신중하다. 백신 접종과 함께 신규 감염자가 감소하는 상황이 아닌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염력이 센 델타(인도)형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 만큼, 현재의 확산세를 최대한 안정화하면서 전환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국가도 재확산에 다시 방역 강화를 고심하기도 한다. 실제 6월 말 코로나와의 공존을 의미하는 ‘뉴노멀 로드맵’을 제시한 싱가포르 경우 최근 확진자 증가에 방역 수준을 다시 강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개천절, 한글날 연휴 이후 확산세가 커지지 않는다면, (18일 이후) 방역강도가 보다 더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늘면 위중증 환자도 증가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를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 안에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계적 일상회복 유지에 필요한 주요 기준이기도 하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일 첫 단계적 일상회복 토론회에서 “유행이 악화해 중증환자 비율이 의료 능력을 넘게 되면 사망률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3일 기준) 국내 위중증 환자는 346명이다. 연일 신규감염자가 2000~30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초에 비해 오히려 약간 줄었다. 전국 중증환자 전담 병상도 1004개 중 518개가 남아,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중증화율 안정적 관리 중요
감염자가 늘면 위중증 상태로 진행하는 사례도 증가하는데, 예방 접종을 완료한 경우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 5월~8월간 위중증 환자 2292명을 분석해봤더니 접종 완료자는 4.4%로 나타났다. 그만큼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발생한 사망자 280명 중 접종 완료자는12.5%뿐이었다.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0.14%로 계절 독감의 2분의 1 정도로 낮다. 반면,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치명률은 확 뛴다. 계절 독감의 6~7배 수준에 이른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화율은 저절로 떨어질 수는 없다”며 “결국 관건은 백신, 치료제다. 백신 접종률을 더 올리거나 앞으로 먹는 치료제가 나오면 중증화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안에서도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완료율이 70% 정도 되는 10월 말부터 완화 전략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단계적 일상회복 속도가 너무 빠르면 위중증 환자도 감당 못 할 정도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