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하기에 못생겨" 막말…'브라질 트럼프' 뒤 콘크리트 20%[후후월드]

중앙일보

입력 2021.10.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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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달 7일 브라질 독립기념일. 수도 브라질리아와 경제 대도시 상파울루에서 12만여 명의 인파들이 주요 광장을 메웠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이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브라질 국기 색깔인 노랑, 초록 옷을 입고 모인 군중은 환호했습니다. 그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나는 감옥에 가지 않는다”며 “오직 신(神)만이 나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후후월드]

내년 브라질 대선(2022년 10월)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작 현직 대통령인 보우소나루는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난관에 빠진 현 대통령은 극우 포퓰리즘 카드로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 전문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사법·입법 기관 등 헌정 체제를 공격하며 폭주하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위험한 게임”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룰라에 밀리는 보우소나루의 폭주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이 이달 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대도시 상파울루에 결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군중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이 이달 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대도시 상파울루에 결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군중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선을 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재 좌파노동자당(PT) 소속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에게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 무소속 보우소나루 대통령(26%)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 여론조사(룰라 46%, 보우소나루 25%)와 견줘보면 지지율 격차는 약간 줄었습니다만, 이대로라면 룰라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거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특유의 막말과 음모론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악재에도 20% 중반대의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를 열성적으로 떠받치고 있죠. 현직 대통령인 보우소나루는 갈수록 선동 수위를 높이고 있어 내년 10월 선거가 제대로 치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남미 트럼프'의 극단적 수사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대로변에 결집해 있다.[A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대로변에 결집해 있다.[AP=연합뉴스]

육군 장교 출신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간명하면서도 비유적인 화법을 씁니다. 자극적이고,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법이죠. 그는 7일 군중 연설에서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세 가지 운명이 있다. 체포, 죽음 또는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펜으로 나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거나 “판사의 어떤 결정에도 이 대통령은 복종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보우소나루에 대해 수사를 개시, 명령한 연방 경찰과 대법관을 향해선 실명을 거론하면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좌충우돌 일화는 그의 오랜 이력이기도 합니다. 하원의원 7선 경력의 ‘정치 9단’인 그는 의원 시절에도 성차별적이고 극단적인 언사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2014년엔 동료 여성 의원을 향해 “강간하기에는 너무 못 생겼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8년 대선(브라질은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릅니다)에서 사회자유당(PSL)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당내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며 이듬해 탈당했습니다. 중도 정당이었던 PSL은 보우소나루의 합류 이후 ‘우클릭’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경제 실정 지지율 하락

지난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이어 구충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해도 좋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브라질 뉴스포털 UOL=연합뉴스]

지난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이어 구충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해도 좋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브라질 뉴스포털 UOL=연합뉴스]

브라질은 현재 14%의 높은 실업률과 8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10%의 경제적 불안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때 전염병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브라질에서 무려 60만 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있죠.

그는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자 투표 시스템이 조작됐다”며 오직 인쇄 투표만으로 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한 겁니다. 올해 7월 브라질 법원이 현행 전자 투표 제도의 무결성을 확인했지만, 보우소나루는 “내년 전자투표는 곧 선거 사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고등선거법원이 대법원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 혐의 수사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는 연방수사 관여, 백신 구매 관련 부정, 브라질 선거 제도와 법원 공격 혐의 등 네 가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판사 결정 안 따라” 헌정질서 흔들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은 내년 10월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를 꺾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은 내년 10월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를 꺾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자 그는 사법부를 공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법원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며 “헌법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쿠데타를 암시하는 발언이어서 논란이 됐죠. 대통령이 앞장 서서 사법 시스템을 공격하자 현지 언론들은 “대통령이 선을 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외려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를 주도하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에 대한 수사 개시를 결정한 알렉산드레 지 모라에스 연방 대법관이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모라에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한 때 “모라에스가 지지자들을 피해 도주했다”는 허위 사실이 SNS에서 유포됐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재선에 이토록 매달리는 까닭은 자신의 국회의원ㆍ대통령 임기 중 제기된 범죄 혐의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군중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무고하게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여러차례 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콘크리트 20%’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왼쪽 세번째 파란 셔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노란색과 초록색의 옷을 입은 군중들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브라질 대통령(왼쪽 세번째 파란 셔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노란색과 초록색의 옷을 입은 군중들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F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민주적이고 극단적인 언행 탓에 지지율의 외연이 확장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브라질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꾸준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의 주요 지지층은 저소득층 남성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젊은층(16~24세)일수록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밀릴수록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행보는 더욱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법관에 대한 살해, 위해 협박은 물론 무력 시위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서죠. 지난달 초 상파울루 집회가 있은 지 이틀 뒤 친(親)보우소나루 성향 트럭 운전기사들은 브라질 15개 주의 고속도로를 봉쇄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사건과 같은 소요 사태가 브라질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보우소나루의 막말·기행보다 더 큰 위협은 그가 은연 중에 양성하고 있는 극렬 지지층입니다. FT는 “그가 선거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으면 보우소나루도 통제하지 못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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