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아들에 물려줄 준비…'유럽의 북한' 27년 독재 루카셴코 [후후월드]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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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에 13일 게재된 대통령의 아이스하키 경기 사진. 오른쪽 빨간 색 복장이 루카셴코 대통령. [홈페이지 캡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에 13일 게재된 대통령의 아이스하키 경기 사진. 오른쪽 빨간 색 복장이 루카셴코 대통령. [홈페이지 캡처]

지난 1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7)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president.gov.by)에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했다. 환하게 웃으며 얼음을 지치는 대통령 사진과 함께 “벨라루스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아이스하키대회에서 대통령 팀이 민스크지역팀을 5대 2로 이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시기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앞에 2000명의 중동 난민들이 갇혀 풍찬노숙할 때다. 양국의 국경 수비대에 가로막혀 영하의 추위 속에 텐트와 모닥불로 버티던 난민들은 굶주림과 저체온증으로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는 루카셴코가 유럽연합(EU)을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국경에서의 ‘난민 밀어내기’를 기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제재’로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루카셴코가 유유자적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기며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 강자의 모습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국경 앞에서 중동 난민이 누워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 국경 앞에서 중동 난민이 누워 있다. 연합뉴스

루카셴코는 1994년 구소련 해체 후 치러진 첫 대선에서 당선된 초대 대통령이다. 이후 6연임에 성공하며 27년째 집권 중이다. 국제사회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그가 통치하는 벨라루스는 ‘유럽의 북한’으로 부른다. 미국의 시사지 애틀랜틱은 12월호 표제기사 “악한들이 승리하고 있다(Bad guys are winning)”에서 루카셴코를 중심에 놓고 뒤이어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등을 다뤘다.

정적 잡으러 전투기 띄운 지도자

소련군 장교 출신인 그는 정적을 공격하는 데 거침이 없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루카셴코에 대해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식 통치가 21세기에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 5월 전투기를 출격시켜 야권 지도자가 타고 있는 민항기를 강제 착륙시켰다. 해당 비행기에는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텔레그램 언론 ‘넥스타’의 설립자이자 전 편집장인 러만 프라타세비치(26)와 그의 여자친구가 타고 있었다.

지난 6월 벨로리시 국영 TV에 반체제 언론인 프라타세비치가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벨로리시 국영 TV에 반체제 언론인 프라타세비치가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벨라루스 영공에 들어서자 민스크 관제센터가 “(비상착륙을 하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위협했고, 벨라루스 공군 미그29기가 따라붙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루카셴코가 전투기 출격을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프라타세비치가 한 달 뒤 국영방송에 출연해 “루카셴코를 존경한다”면서 눈물을 흘리자, 그의 가족과 국제인권단체들은 고문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 등이 이를 규탄하자 루카셴코는 “우리 영공을 비행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 북극·남극 항로로 날아라. 그러면 나는 당신을 강압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내 인권탄압이 만연하다는 지적을 받자 “모두 가짜뉴스고 환상”이라며 “미국의 관타나모(미국이 쿠바에 만든 수용시설) 같은 시설이 벨라루스엔 하나도 없다”고 되받아쳤다.

 지난해 9월 23일 6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가 민스크 독립궁전에서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3일 6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가 민스크 독립궁전에서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는 정신병”…안하무인 화법

그는 안하무인 태도와 유체이탈 막말 화법으로 서방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가디언은 “갱스터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고도로 계산된 외교적 화법을 사용해야 하는 국제무대에서도 내키는 대로 발언한다. 과거 벨라루스 제재에 앞장 선 독일의 전 외무장관인 기도 베스터벨레(1961~2016)의 동성애 성향을 비아냥대며 “게이가 되느니 독재자인 편이 낫다”고 조롱한 바 있다. 국제회의에서 베스터벨레 장관 면전에 대고 “정상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훈수를 둔 뒤 물의가 일자 사과하면서도 끝까지 “난 동성애자가 싫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일종의 광란이자 정신병”이라며 “보드카 한잔 마시고 일주일에 두 번 사우나를 하면 걸리지 않는다”고 발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작 자신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했다. 인구수 940만 명에 불과한 벨라루스는 현재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수준, 누적 확진자는 64만 명에 이른다.

루카셴코가 지난해 8월 실시된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웃음짓고 있다. 연합뉴스

루카셴코가 지난해 8월 실시된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웃음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자국 선수들의 성적이 저조하자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준 탓”이라고 지적하며 “배가 고파봐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루카셴코는 올림픽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해법이라면서 “내가 직접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와 팀을 골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17세 아들에 북한식 권력세습하나

루카셴코는 지난해 8월 6연임에 성공하며 2025년까지 31년의 장기집권에 들어갔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은 이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루카셴코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방에서 그의 장기집권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국내의 반정부 시위도 멈출 기미가 없자 루카셴코는 “대선은 투명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하면서도 “조만간 (권력 이양을)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자신에 반하는 야권 정치 세력에게 권력을 넘길 생각은 전혀 없다.

루카셴코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흑해 연안을 보트여행할 때 막내 아들인 니콜라이(가운데)가 동행했다. 연합뉴스

루카셴코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흑해 연안을 보트여행할 때 막내 아들인 니콜라이(가운데)가 동행했다. 연합뉴스

서방에서는 루카셴코가 북한식 권력세습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막내아들 니콜라이(17)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어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 니콜라이가 4살 때 군사 퍼레이드에 데리고 나와 대중에게 소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때도 니콜라이를 데리고 나왔다. 중국 베이징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도 니콜라이와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니콜라이는 아직 스무살도 안 돼, 장남 빅토르(46)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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