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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ZOOM, 미중 갈등에 발목…17조 기업 인수 무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상회의 서비스업체 줌(ZOOM)이 클라우드형 콜센터 파이브나인을 147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파이브나인 주주들의 합병 거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 '미중 갈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릭 위안 줌(ZOOM) 최고 경영자. 줌

에릭 위안 줌(ZOOM) 최고 경영자. 줌

3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파이브나인은 이날 "이번 거래가 (파이브나인의) 주주로부터 충분한 표를 받지 못했다"며 "합병 계획이 두 회사 간 합의로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 확장 목적으로 파이브나인 인수를 지난 7월 결정했다. 클라우드형 콜센터는 전화뿐만 아니라 이메일, 소셜미디어(SNS)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원격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가 퍼진 지난해 초부터 상담사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콜센터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파이브나인은 크게 성장했다.

주주반대로 합병 무산…미중갈등도 영향

줌의 파이브나인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직접적 이유는 파이브나인 주주들의 합병 거부다. 지난달 의결권 자문사 ISS가 파이브나인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ISS는 줌의 파이브나인 인수에 대해 "줌과 파이브나인 합병은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ISS의 권고는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 따르면 줌과 파이브나인이 합병하면 파이브나인 주주들은 현 주식 가치의 13%의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이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합병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CNBC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인센티브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주들의 허락을 얻으려면 더 높은 프리미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중갈등. 셔터스톡

미중갈등. 셔터스톡

줌의 '공산당 연루' 의혹도 두 기업의 합병 무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미 FBI는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줌 직원 진신장이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는 온라인 화상회의의 개최와 진행을 방해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진신장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천안문 사태와 중국의 현안 등을 다루는 온라인 화상회의 개최방해하고 줌 회원들의 신원을 불법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회의는 1989년 천안문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이런 이유로 줌은 미국 정부의 견제를 받았다. 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가 있지만 에릭 위안 CEO는 중국 산둥성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다. 줌이 중국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한 의혹도 있다. 미 법무부는 "줌과 파이브나인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국가 안보 차원의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 인수합병이 합당한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검토를 시작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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