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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美 정조준한 시진핑 “외세 개입하는 민주적 개조 피해 막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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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뉴욕 유엔 본부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뉴욕 유엔 본부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식 민주주의 이식 정책을 비판하면서 “(각국은)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호주와 새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하는 등 대중국 포위에 나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발언으로 주목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은 역사의 선택 내려야”…미·중 택일 요구도 

이날 화상으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시 주석의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 발언은 ‘중국식 민주’ 개념을 제시하면서 나왔다. 그는 “민주주의는 어떤 나라의 특허가 아닌 각국 인민의 권리”라면서 “최근 국제 정세의 발전이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외부의 군사 개입과 이른바 민주적 개조(改造)라는 것은 피해가 막대하다”면서 “우리는 평화·발전·공평·정의·민주·자유라는 전 인류 공동 가치를 힘껏 홍보하고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포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미중 간극 확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유엔총회 기조연설 미중 간극 확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간의 안보협의체) 격상에 이어 오커스를 결성한 것을 비판한 모양새다. 특히 각국 상황에 맞는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2월 개최할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나아가 시 주석은 “책임 있는 정치인은 믿음·용기·책임을 갖고 시대의 질문에 답하고 역사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시대정신을 정의했다. 190여 개 유엔 회원국 정상에게 미국과 중국 두 질서 가운데 선택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유엔 일반 세션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유엔 일반 세션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 제창, 유엔 세불리기 본격화 

시 주석은 이날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계획도 선보였다. 발전 우선, 사람 중심, 포용성 견지, 혁신 추동, 인간과 자연의 조화, 행동 지향을 6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개발 계획의 노림수도 감추지 않았다. 시 주석은 “개발도상국의 특수한 요구에 주목해 부채 유예, 개발 원조 등의 방식으로 개도국, 특히 어려움이 심한 취약 국가를 지지하고, 국가 간 혹은 국가 내부의 불균등하고 불충분한 발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대 원칙에 기반한 ‘원조 외교’를 활용해 1국 1표제를 기반으로 하는 유엔에서 중국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가 기존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를 대체할 지도 주목된다.

유엔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는 단 하나의 시스템이 있으며 이는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라면서 “(세계에는) 단 하나의 질서가 있으며, 이는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 질서”라고 말했다. 미국이 말하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다수결을 기반으로 하는 유엔을 통해 거부하겠다는 속내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뉴욕 유엔 본부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6차 뉴욕 유엔 본부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1억 도스 추가 기부… 백신 외교 공세 이어가 

코로나19에 힘들어하는 개도국을 위해 시 주석은 백신 외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연간 20억 도스의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코백스’에 1억 달러 기부를 바탕으로 연내 개도국에 1억 도스의 백신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 세계의 과학적 (코로나 기원) 추적을 지지·참여할 것이며 어떤 형식의 정치적 조작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코로나 기원 조사에서 수세에 머물지 않고 미국을 공격하는 반격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미국과 협력 여지도  

한편,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이 대미(對美) 공격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서 협력의 여지도 엿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개도국의 녹색 저탄소 에너지 발전을 힘껏 지지하겠다”며 “해외에 다시는 석탄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독일 공영방송 ‘독일의 소리(도이체 벨레·DW)’는 22일 “오는 11월 2021 유엔 기후변화 총회를 앞두고 미·중이 기후협력 분야에서의 좋은 시작을 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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