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 잡아 봐라~.”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48) 감독과 가드 김선형(33)이 입을 맞춰 말했다. 오는 9일 개막하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서울 JW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KBL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다섯 자 출사표’다.
행사에 하루 앞서 용인 SK 훈련장에서 만난 전 감독은 “10개 팀 중 막내 감독이지만 도발성 멘트를 준비했다”며 “‘슥’은 팬들이 SK를 부르는 ‘스크’를 줄인 거다. ‘잡아봐라’는 남들이 못 따라잡는 스피드 농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선형아, 내가 ‘슥~’ 할 테니, 네가 ‘잡아봐라~’ 해. 도발하는 듯한 톤이 중요해”라며 웃었다.
올 시즌 SK 지휘봉을 잡은 전 감독은 데뷔 무대였던 9월 ‘KBL 컵대회’에서 우승했다. 4전 전승, 3연속 역전승을 거뒀다. 2011년부터 10년간 SK 코치를 지낸 전 감독은 한 박자 빨리 작전 타임을 불러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컵대회 MVP(최우수선수) 김선형은 “감독님이 타임아웃 때 ‘약속’과 ‘믿음’을 많이 얘기했다”고 했다.
전 감독은 “그 얘기를 들은 내 친구가 ‘목사님이냐? 선수들에게 소망과 사랑도 말하겠다’고 하더라. ‘골 따먹기(득점)’를 위해 패턴 17~18개 정도 준비했다. 훈련 때 약속한 대로 움직여야 믿음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이어 “아~ 또 믿음이라고 했네. 저 무교에요”라며 웃었다.
전 감독이 강조하는 건 ‘모션 오펜스’다. 유기적이고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흔드는 농구다. 전 감독은 “SK는 2011년 선형이가 입단하면서 스피드 농구를 시작했다. 선형이를 음식 재료에 비유하면 화끈한 청양고추”라며 “내가 10년간 보좌했던 문경은 전 감독님의 스피드 농구를 유지하되, 디테일을 더 살리겠다. 스위치 디펜스를 하니 수비가 느슨했고, 속공이 끊기면 세컨드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는 더 압박하는, 상대가 스피드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올해 SK에 따라붙는 물음표 3개는 ‘워니’ ‘최준용’ ‘전희철’이다. SK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는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어머니를 잃었다. 그 충격 탓에 키 1m99㎝ 워니의 체중은 한때 130㎏까지 불었다. SK와 재계약 후 110㎏대로 줄었다. 전 감독은 “워니도, (최)준용이도 성숙했다. 저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SK는 8주 훈련 프로그램인 ‘지옥주’를 실시했다. 지난 시즌 부상자가 많았지만, 이번 오프시즌에는 페이스를 잘 조절해 부상 선수가 거의 없다.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김선형은 컵대회와 연습경기에서 덩크슛을 터트렸다. 전 감독은 “선형이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몸이 좋다. 세트 오펜스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스몰 포워드 안영준을 슈팅 가드로도 기용해 2대2 플레이를 더 늘리는 옵션도 고려 중이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전희철은 점프력이 좋고 체공 시간이 길어 ‘에어본(미국 공수부대)’이라 불렸다. 전 감독의 선수 때 덩크슛 영상을 보여주자 김선형은 “덩크슛을 하려면 이렇게 모션이 멋있어야 한다. 전 감독님이 5년 전까지는 훈련 때 덩크를 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컵대회 우승하면 덩크슛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러다 진짜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림을 낮추고 2주 정도 몸을 만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형은 “우승하고 림 그물을 자를 때 덩크슛하시면 되겠네요”라고 거들었다.
전 감독은 우승 후보로 통신 라이벌 수원 KT를 꼽았다. 미디어데이 우승 후보 투표에서 KT가 6표, SK가 두 번째로 많은 2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