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년 만에 멈춘 대전 시내버스, 출근길 시민들 '발 동동'

중앙일보

입력

대전 시내버스가 노조 파업으로 멈췄다. 대전에서 시내버스가 멈춰 선 것은 2007년 이후 14년 만으로 대전시는 전세버스 투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4년 만에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된 30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버류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대체 투입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14년 만에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된 30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버류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대체 투입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역버스노동조합과 대전운송사업조합은 30일 오전 2시를 기해 ‘자율교섭·특별조정’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그동안 8차례 협상과 24일 1차 조정회의를 거친 노사는 29일 오후 4시부터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노조, 정년 연장 등 요구…사측 "거부"

노조는 정년 3년 연장, 임금 4.7% 인상, 단체협약에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인천·대구는 만 63세, 부산은 만 62세, 광주는 만 61세지만 대전은 만 60세다.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는 경남·경북도 만 62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다.

대전버스노조 관계자는 “다른 시·도와 비교해 합당한 수준으로 (사측에)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교통대란을 피하려고 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사측은 미진한 대안만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노사간 협상 결렬로 14년 만에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대전시가 30일 오전 대전시민들에게 발송한 파업 안내문자. 신진호 기자

노사간 협상 결렬로 14년 만에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대전시가 30일 오전 대전시민들에게 발송한 파업 안내문자. 신진호 기자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버스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연간 1000억원 넘게 투입되는 시민 세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세버스 투입·도시철도 증편 등 대책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대전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3개 시내버스 회사(대전운수·금남교통·동건운수)와 비노조원 시내버스 운행, 전세버스 임차, 도시철도 증편 운행, 택시 부제 해제 등을 긴급하게 추진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3개 업체 기사와 비노조원이 시내버스 394대를 운행하고 교통 소외지역 29개 노선은 정상적으로 운행할 방침이다. 전세버스 140여대와 관용버스 8대도 비상 수송에 동원했다. 파업 기간 시내버스와 전세버스, 관용차량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시철도는 하루 242회에서 290회로 48회 증편 운행하고 택시 부제와 승용차 요일제 해제 등도 검토 중이다.

대전시지역버스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전세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지역버스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전세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 대책 마련에도 출근길 시민들은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대전시가 오전 5시35분과 6시2분 두 차례에 걸쳐 시내버스 파업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지만, 대다수 시민은 시내버스 운행중단을 알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일부 시민은 버스 정류장에 붙은 ‘시내버스 파업 안내문’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다.

시민 버스운행 중단 알지 못한 채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에선 배차 간격 안내도 뜨지 않아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버스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켜는 이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체 투입된 전세버스가 노선번호를 붙이고 운행했지만, 이 번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지둥 버스에 오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28일 대전시내버스노조가 출정식을 열고 파업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대전시내버스노조가 출정식을 열고 파업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수(24·대학생)씨는 “버스 운행 간격이 길어져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인데 퇴근길에는 버스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