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명물 '미스터리 서점'…정작 주인은 셋집 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05:00

업데이트 2021.09.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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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나선형으로 된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지하 사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나선형으로 된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지하 사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책 6만권을 소장하려면 얼마나 큰 집이 필요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네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79)의 집은 어릴 때부터 꿈꿨던 ‘드림 하우스’다. 펜즐러가 창업한 ‘미스터리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으로 뉴욕의 명물로 꼽힌다. 90년대 대형서점에 밀려 위기를 겪었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용 단편 증정 이벤트로 유명해졌다. 펜즐러가 유명 작가들에게 자신의 서점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단편을 써달라고 부탁해 나온 작품들이다. 이 단편들을 모은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국내에도 출간됐다.

“어릴 적 잡지서 본 꿈의 집”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그가 주말이면 뉴욕 시내를 벗어나 찾는, 12년에 걸쳐 지었다는 그의 집과 이야기를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소개했다. 1980년대 중반, 펜즐러는 두 번째 전 부인 캐롤린 하트먼과 새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갖고 있던 책들을 보관하기엔 집이나 서점 창고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년간 헤맸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했다. 침실이 9개나 있는 집도 그에겐 소용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책을 보관할 벽 공간이었다.

아내와 또다시 1년을 찾아 헤매던 어느 주말, 코네티컷주 샤론에 사는 친구 집에서 신문을 보다가 켄트 지역의 한 매물을 발견했다. 켄트라는 마을이 어딘지도 몰랐던 그는 집을 보러 가는 길부터 켄트의 매력에 빠졌다. 집을 보고선 들어가기도 전부터 운명을 직감했다.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 테드 크벨과 함께 잡지를 보다가 발견했던, “언젠간 저 집에서 살겠다”고 했던 집과 너무 비슷했다. 그렇게 3만2374㎡(약 9800평)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서가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의 켄트 집. 서가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계약 후 펜즐러는 건축가가 된 친구 크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잡지 속 집을 마음에 품은 지 30년 만에 “이제 진짜로 집을 지을 준비가 됐다”는 그에게 “돌로 만든 그 튜더(화려한 후기 고딕 양식)?”라고 되물은 친구는 역시 그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1990년 시작한 163평짜리 집 공사는 재정 문제로 12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의 보들리언 도서관을 모델로 한 서재는 애서가의 판타지를 구현한 완벽한 공간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2층으로 이뤄진 서가, 5m짜리 책상을 갖췄다.

공들여 지은 서가 텅 빈 이유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서가를 제작하려고 사들인 마호가니(적갈색 목재)만 2.5톤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반의 꽤 많은 곳이 비어있다. 3년 전 보유하고 있던 책들을 경매에 내놨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서가에 남은 책은 그가 편집한 문집이나 희귀 소설이다.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펜즐러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가진 책들이 그 가치를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넘어가는 건 원치 않는다”며 “책은 반세기 이상 함께 한 내 인생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홀로 살기에 이 집이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펜즐러는 7년 전 세 번째 아내와 이혼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니 집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에서 함께 지냈던) 아내가 그립고, 그래서 (이 집에서) 가슴 아픈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집은 그에게 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주말마다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방 두 칸짜리 셋집을 벗어나 켄트 집을 온다는 그는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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