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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등골 휘어도 ‘패닉바잉’ 4년간 주담대 257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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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30대가 주택시장에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20~30대가 주택시장에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5월 신혼집으로 서울 관악구의 빌라를 2억7000만원에 샀다. 주택담보대출로 1억8000만원을 마련했다.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과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메웠다. 이씨는 “서울 아파트값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만큼 올랐다. 앞으로 빌라 몸값도 뛰겠다는 생각에 (빌라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아파트를 6억원에 샀다. 김씨는 매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원금과 이자로 150만원을 내고 있다. 그는 “1년 새 집값이 1억6000만원 정도 올랐다. 대출 이자로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아파트를) 잘 산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 20~30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급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29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 말부터 지난 6월 말까지 4년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579조3440억원이었다. 이 중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44.5%(257조7367억원)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가까이 20~30대 청년층이 받아간 셈이다. 20대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4년간 49조8866억원이었다. 장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청년들의 불안을 자극해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 급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 급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은행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6월 말 약 487조원이었다. 전체 가계부채의 2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20~30대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12.8%였다. 평균 가계부채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KB국민은행의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7734만원이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과 비교하면 94%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63% 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 하락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상환능력 이상으로 빚을 끌어온 청년층은 (집값이 하락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의견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30대의) 소비 위축이 결혼·출산 등에 영향을 주면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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