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소고기뭇국 먹었다, 크루즈 뜬 울릉도 뱃멀미는 옛말

중앙일보

입력 2021.09.28 05:00

업데이트 2021.09.28 23:06

지난 9월 16일부터 포항~울릉도 항로에 취항한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 승객 1200명, 자동차 200대가 탑승할 수 있는 카페리 여객선이다. 사진 울릉크루즈

지난 9월 16일부터 포항~울릉도 항로에 취항한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 승객 1200명, 자동차 200대가 탑승할 수 있는 카페리 여객선이다. 사진 울릉크루즈

울릉도 신종 여행법①
울릉도 여행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울릉도 가는 배가 달라졌고, 울릉도를 여행하고 잠자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열악했던 울릉도 관광 인프라가 속속 개선되고 있다. 확 달라진 울릉도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크루즈②렌터카 ③럭셔리 숙소

“뱃멀미 때문에 육지 나가기 사나흘 전부터 아팠는데 이제는 걱정 없습니다.” “살아생전 이렇게 큰 배를 타볼 수 있다니 기적입니다, 기적.”

9월 16일 포항 영일만을 출항한 1만9988t급(국제총톤수 기준) 카페리 여객선 ‘뉴씨다오펄호’가 17일 새벽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환영 인파가 맞았다. 배를 보고 눈물 흘리는 섬 주민도 있었다. 울릉도에서는 ‘일대 사건’ ‘100년 숙원 해소’라고 부른 순간이었다. 첫 취항 일주일째인 지난 23일 이 배를 타고 울릉도를 다녀왔다.

포항 영일만에 뜬 2만t급 페리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에 정박해 있는 뉴씨다오펄호. 포항에서 매일 오후 11시 출발해 이튿날 오전 5시 30분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한다. 최승표 기자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에 정박해 있는 뉴씨다오펄호. 포항에서 매일 오후 11시 출발해 이튿날 오전 5시 30분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한다. 최승표 기자

23일 저녁 포항역에서 택시를 탔다.  ‘여객선터미널’을 가자고 했다. 곧 영일대해수욕장 옆에 자리한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가 “요샌 밤에 뜨는 배도 있나 보죠?”라고 물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터미널 주변은 어두컴컴하고 썰렁했다. 선사 측에 확인하니 잘못 내렸다. 여객선터미널이 아니라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에 배가 있었다.

부두에 도착하니 거대한 여객선이 보였다. 뉴씨다오펄호. 전북 군산과 중국 산둥성 시다오를 오가던 배를 ㈜울릉크루즈가 3년 임대했다. 부두에는 터미널 같은 부대시설이 보이진 않았다. 가건물에서 승선 수속을 했다. 뉴씨다오펄호는 승객 1200명, 자동차 200대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이나 아직 화물 선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울릉크루즈 김영기 이사는 “부두의 제반시설, 화물 승선 등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섬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취항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싱글 침대 두 개와 화장실, 쇼파가 갖춰진 2인실 객실. 최승표 기자

싱글 침대 두 개와 화장실, 쇼파가 갖춰진 2인실 객실. 최승표 기자

발열 체크를 하고 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객실로 가서 짐을 풀었다. 깨끗한 침구가 깔린 침대가 있었고 온수가 나오는 화장실도 있었다. 방을 나와 배를 둘러봤다. 뉴씨다오펄호는 9개 종류의 객실을 갖췄다. 2인실부터 6인실까지 다양하다. 온돌 형태인 10인실, 17인실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운영을 안 한다. 가장 저렴한 6인실이 1인 편도 7만5000원, 2인실은 2인 기준 40만원이다. 럭셔리 크루즈 수준은 아니지만 편의시설도 다채롭다. 매점, 카페, 식당, 노래방을 갖췄다. 식당 무대에서는 트로트 가수의 공연도 펼쳐졌다. 이날 배에는 승객 약 750명이 탑승했다.

6시간 30분, 꿀잠을 자다 

배는 오후 11시 출발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하는 울릉도 일정을 고려해 바로 잠을 청했다. 가벼운 흔들림이 느껴졌지만, 멀미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온몸으로 파도를 느끼며 사방에서 토사물 냄새가 진동했던 옛날 울릉도 뱃길을 떠올리면 요람이라 할 만큼 아늑했다. 금세 잠들었다.

선내에는 카페, 식당, 매점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최승표 기자

선내에는 카페, 식당, 매점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최승표 기자

20노트(시속 37㎞)로 달린 배는 이튿날 오전 5시 30분 사동항에 도착했다. 정확히 6시간 30분 걸렸다. 배에서 내린 뒤 이틀간 울릉도에서 계획된 취재 일정을 소화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울릉크루즈 얘기였다. 진짜 멀미를 안 하느냐고 묻는 주민이 많았고, 강릉·울진으로 가려던 배를 바꿨다는 사람도 있었다.

25일 오전 11시, 사동항에서 다시 배를 탔다. 포항으로 가는 배에는 승객 약 350명이 탑승했다. 배가 출항하자 승객들은 갑판 위에 올라가 배웅 나온 가족과 인사도 하고 작아지는 울릉도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소고기뭇국을 팔았다. 섬 주민 김이환(68)씨는 “이렇게 육지 가는 배에서 밥 먹고 자유롭게 갑판도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웃었다.

크루즈 갑판에서 항구에 배웅 나온 가족과 인사하는 승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크루즈 갑판에서 항구에 배웅 나온 가족과 인사하는 승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운영비 부담으로 운항을 멈추진 않을지, 다른 배와 마찬가지로 이용객이 적은 겨울철에 툭하면 결항하지 않을지 염려한다. 기존 울릉도 취항 여객선은 연간 결항률이 100일에 달하는데 결항일의 절반 이상이 겨울에 집중된다. 소형 여객선은 최대 파고가 3.1m 미만이어야 취항할 수 있다. 김영기 이사는 “태풍·폭풍 경보만 아니라면 배가 뜰 것”이라며 “사계절 취항을 목표로 대형 여객선을 가져온 만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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