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할머니 댁 자개장 대신 귀걸이‧키링에 오색빛깔 자개 입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09:00

이은별(왼쪽)‧김아윤 학생기자가 남영주 자개 공예 작가를 만나 나전칠기와 자개 공예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자개 작품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이은별(왼쪽)‧김아윤 학생기자가 남영주 자개 공예 작가를 만나 나전칠기와 자개 공예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자개 작품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나무에 검은색 옻칠을 하고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산‧나무 등의 자연과 학‧거북이‧사슴 등의 동물로 세밀하게 장식한 자개장은 한때 안방 한 면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후 심플한 디자인이 유행하며 낡고 촌스럽다며 찬밥 신세로 전락했고, 할머니 집에 방문했을 때나 볼 수 있는 소품이 되었죠. 그런 자개장이 몇 년 전부터 레트로‧뉴트로 열풍이 불며 인싸템으로 떠올랐습니다. 레트로 인테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 되었고, 핫하다는 가게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만날 수 있는데요. 덕분에 직접 자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자개 공예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자개 공예를 해볼 수 있는 달조각공방.

자개 공예를 해볼 수 있는 달조각공방.

소중 학생기자단이 자개 공예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 동작구에 있는 달조각공방을 찾았어요. 남영주 자개 공예 작가가 “나전칠기에 대해 들어보거나 본 적 있어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김아윤 학생기자가 “할머니 집에 서랍장이 있어 갈 때마다 봐요”라고 답했고, 이은별 학생기자는 “박물관에서 이런 디자인을 본 거 같아요”라고 얘기했죠. 나전칠기는 옻칠한 목제품의 표면에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어 박아 넣어서 장식한 공예품을 말합니다. “지금 여기 반짝반짝 붙어있는 것을 나전이라 부르는데 순수 우리말로 자개라고도 해요. 나전이라는 말은 바다에서 조개를 주어 쪼개고 갈아서 붙이는 그 모든 일을 뜻하기도 해요. 밑면에 보이는 검은색은 칠기라고 하죠. 옻나무에 상처를 내면 액이 나오는데 그걸 모아서 나무에 바른 거예요. 이렇게 옻칠을 입혀 만든 물건을 칠기라고 하죠.”

남영주 자개 공예 작가

남영주 자개 공예 작가

예전에는 자개를 나무에 붙이는 데 마땅한 접착제와 마감재가 없었어요. 옻칠을 이용하면 자개를 붙일 수도 있고 마감재로도 활용할 수 있어 같이 쓰이게 된 거죠. “두 가지 재료 모두 너무 구하기 힘들고 비쌌어요. 특히 옻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피부에 닿으면 엄청 가렵고 온몸에 퍼지기도 해요. 채취하는 사람도 힘들고 작업하는 사람도 힘들죠. 나전도 지금은 기계가 있어 쉽게 가공이 되지만 예전엔 사람들이 일일이 돌에 갈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비쌌어요.”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진주패‧색패‧야광패‧멕시코패‧진주패. 다양한 자개 재료를 모아 보면 각자 고유의 빛깔과 패턴이 모두 다른 걸 볼 수 있다.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진주패‧색패‧야광패‧멕시코패‧진주패. 다양한 자개 재료를 모아 보면 각자 고유의 빛깔과 패턴이 모두 다른 걸 볼 수 있다.

자개의 재료는 세계 여러 군데에서 나오는데 그 빛깔이나 패턴이 다 다르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우리가 먹는 전복에서 예쁜 빛깔이 나온다고 합니다. 빛깔이 진하지는 않았지만 흰색‧분홍색‧노란색‧검은색‧파란색이 다 있었죠. 오색이 다 있다고 해서 색패라고 불러요. 남해와 제주도 쪽에서 나오는 전복이 이런 빛깔을 띠고 있다고 해요. 다른 나라 전복도 봤는데요. 보라색과 초록색, 파란색이 섞인 조금 차가운 톤의 얼룩덜룩한 빛깔이었어요. 멕시코 출신의 이 전복은 멕시코패라고 불립니다.
“자개의 영어 이름은 진주의 엄마(mother of pearl)라는 뜻이에요. 진주도 조개에서 나오잖아요. 자개랑 진주가 빛깔도 비슷하고 연관 있어 보이죠. 이걸 보면 왜 진주의 엄마라고 부르는지 알게 될 거예요.” 남 작가가 보여준 인도네시아산 홍합은 진주를 품고 있는 모습이었죠. “이런 모양을 보고 서양 사람들은 진주의 엄마라고 불렀대요. 진주는 이렇게 자라기도 하고 조갯살 같은 곳에 들어있기도 하죠.” 인도네시아산 홍합은 갈색빛, 붉은기도 있다고 해서 홍진주패라고 부릅니다.

진주를 품고 있는 인도네시아산 홍합.

진주를 품고 있는 인도네시아산 홍합.

큰 고동도 볼 수 있었는데요. 빛이 물을 머금고 있는 듯한 빛깔이 인상적이고 이름은 야광패였어요. “미얀마에서 예쁜 빛깔이 나오는데 보존을 위해 제재하고 있어서 미얀마와 수온이 비슷한 곳에서 키우고 있죠.” 그 밖에도 필리핀산 조개인 진주패, 뉴질랜드패 등 다양한 자개의 원재료를 살펴봤어요. 사람들이 쓸 수 있게 갈아내는 등 자개 가공 기술도 한국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얇고 빽빽이 붙이는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했죠. 중국 같은 경우 나전칠기에 두꺼운 패를 많이 붙인다고 해요.

자개 원재료를 보며 설명을 들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자개 공예에 도전해 봤습니다. 이은별 학생기자가 나전칠기와 자개 공예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했죠. “나전칠기에서 옻칠을 빼고 자개만 사용해서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좀 더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죠.” 옻칠로 마감하려면 건조하고 바르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두 달은 돼야 완성 작품이 나온다고 합니다. 자개 공예는 자개만 빠르게 붙일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죠.

원재료를 쪼개고 갈아내고 켜내는 등 가공 기술을 거쳐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자개들.

원재료를 쪼개고 갈아내고 켜내는 등 가공 기술을 거쳐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자개들.

남 작가는 전통 나전칠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개량한 자개 공예를 생활 나전 공예, 생활 나전칠기라고도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자개 공예를 배우고 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탄탄하게 하고, 공예 품목을 늘리는 것을 연구 중이에요.” 책상 위에는 색패, 야광패, 진주패, 뉴질랜드패, 백진주패 등 다양한 자개가 놓여 있었는데요.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염색 자개와 굵기 별로 가늘게 잘라놓은 실 자개도 눈에 띄었죠. 먼저 샘플 사진을 보고 어떤 걸 만들지 정해야 하는데요. 휴대전화 그립톡, 손거울, 키링, 머리끈, 반지나 귀고리, 숟가락과 젓가락 등 다양한 물건에 자개 공예를 할 수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디자인 구상을 위해 원하는 자개를 골라 판 위에 올리거나 얹어보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디자인 구상을 위해 원하는 자개를 골라 판 위에 올리거나 얹어보고 있다.

김아윤 학생기자가 “대부분 검정 배경인데 다른 색은 할 수 없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나전칠기 하면 검은색 바탕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죠. 어두운 바탕에서 자개가 더 반짝반짝 빛나거든요. 조선시대에는 붉은색 위에도 많이 붙였어요. 요즘엔 파스텔컬러에 자개를 붙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컬러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김아윤 학생기자는 머리끈과 얼마 뒤에 있을 엄마 생신에 선물할 귀고리 두 가지를 만들기로 했고, 이은별 학생기자는 키링을 선택했어요. 우선 자개를 꾸밀 작품에 사포질을 해야 합니다. “자개를 붙일 부분이 너무 미끄러우면 접착제와 코팅제 밀착이 좀 어려워요. 상처를 내서 밀착력이 높아지게 해주는 거죠. 반짝반짝하던 부분이 하얗게 올라오도록 해주면 돼요.”

작품 위에 꾸미기 전 자개를 얹어보고, 모양을 만들어보며 나만의 디자인을 그려본다.

작품 위에 꾸미기 전 자개를 얹어보고, 모양을 만들어보며 나만의 디자인을 그려본다.

판 위에 원하는 자개를 덜어서 어떻게 디자인을 할지 올리거나 얹어보며 디자인 구상을 시작했죠. 대어보고 올려보며 어떻게 하면 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올지 고민하는 시간이 꽤 길어졌습니다. “칼끝으로 눌러서 끊어 붙여나가는 끊음질 기법을 활용하세요.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원하는 모양이 없으면 끊어서 쓰면 됩니다.” 육각형 모양 4개가 모이면 꽃 모양을 표현할 수 있고 6개 모이면 해 모양이 나오죠. 육각 모양이 싫으면 모서리 부분을 다듬어 둥글게 만들어주면 됩니다.

자개를 꾸미기 전 사포질을 한 다음 접착제를 바르고 원하는 위치에 붙인다.

자개를 꾸미기 전 사포질을 한 다음 접착제를 바르고 원하는 위치에 붙인다.

디자인 구상이 끝나면 접착제를 바른 후 핀셋을 이용해 원하는 모양대로 자개를 붙여준다.

디자인 구상이 끝나면 접착제를 바른 후 핀셋을 이용해 원하는 모양대로 자개를 붙여준다.

입자가 작은 자개를 붙일 때는 나무 스틱을 이용한다.

입자가 작은 자개를 붙일 때는 나무 스틱을 이용한다.

디자인 구상이 끝나면 접착제를 바른 후 핀셋이나 나무스틱을 이용해 하나씩 붙여줍니다. 접착제에 붙여도 단단하게 굳지는 않아 잘못 붙였을 경우에는 핀셋을 이용해 떼 내주면 됐어요. “다들 꼼꼼하게 너무 잘하네요.” 남 작가의 칭찬을 들으며 끈기 있게 작업을 이어갔죠. 완성 후 마감 처리는 레진으로 코팅해줍니다. 예전엔 옻칠이 아니면 자개가 붙어 있을 수도 없었지만 이젠 너무 좋은 접착제와 코팅제들이 나오고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작업할 수 있게 됐어요. “분홍빛이 연하게 나다가 확 진하게 나다가 했는데 코팅제를 바르니까 오로라 같이 예뻐요.”(아윤) “빛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지는 게 신기해요.”(은별) 달빛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은 김아윤 학생기자의 머리끈과 엄마를 위한 귀고리 선물, 꽃 모양이 아름다운 이은별 학생기자의 키링이 완성됐죠. 자개는 소재 그 자체가 아름다워 붙여만 놔도 예쁘지만 코팅을 하고 나니 훨씬 반짝반짝 빛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꽃모양이 아름다운 이은별 학생기자의 키링과 달빛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은 김아윤 학생기자의 머리끈‧귀고리가 완성됐다.

꽃모양이 아름다운 이은별 학생기자의 키링과 달빛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은 김아윤 학생기자의 머리끈‧귀고리가 완성됐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자개 공예 취재를 가게 돼 어깨춤이 절로 났어요. 저희 할머니 집에도 자개 공예로 된 서랍장이 있는데, 오래된 그 물건을 어른들이 무척 아끼시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많이 비싼가 보다 생각만 했는데 그 서랍장 같은 걸 만드는 자개 공예라고 하니 기대가 컸죠. 달조각공방에 들어가니 자개 공예로 된 아름다운 작품들이 눈에 쏙쏙 띄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옛날 디자인이 아닌 실용적이고 자주 쓸 수 있는 주변 물건인 거예요. 자개로 만드는 머리끈과 귀고리라니 너무 신이 났어요. 무엇을 할지 정하며, 재료를 다 찾은 후 풀로 붙이기 시작할 때부터 감탄이 저절로 났어요. 원래도 너무 예뻤지만, 접착제로 붙이니 반짝거리기 시작하는데 ‘야. 이거 너무 예쁜데?’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 엄마를 위한 귀고리를 완성하니 보람 있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무엇보다 할머니 방의 오래된 자개장만 보다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쓸 수 있는 물건도 자개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김아윤(서울 영훈초 4) 학생기자

평소 간단한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있었지만, 나전칠기와 자개 공예 같은 고풍스러운 공예는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난 후 키링을 직접 디자인하고, 한 조각 한 조각 자개를 붙이며 자개 공예를 체험해 보았어요. 직접 만들어보니 작업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 신중함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만들기 분야를 체험하고 취재해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고,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저도 오늘부터 자개 공예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져보고 싶습니다.   이은별(서울 양전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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