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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정책 공약 수립 때 사회적 불평등 영향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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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대선을 맞아 공약이 쏟아진다. 그러나 ‘빌 공(空)’자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공약에 후보의 정치적 정체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차별성 없는, 천편일률적 인기 영합 말 잔치가 대부분이다. 당선 후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걱정이다. 급조·남발한 공약이 정책화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공약(空約)이어도, 공약(公約)대로 밀어붙여도 모두 문제다.

정책 자체는 선의에서 시작됐다 할지라도 현실의 맥락에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살펴야 한다. 정책의 직접 대상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사회·경제·환경 영향이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정책 수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 불평등 심화 가능성 등도 숙고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중장기적 영향에 대한 시간적 효과도 감안해 지속가능성을 담아야 한다.

갈수록 깊어지는 양극화 줄이려면
정책의 사회적 영향 통합평가해야

물론 제도적으로는 1980년대부터 대형 정책을 중심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사회영향평가가 도입돼 자연생태·대기·물·토지·생활·사회경제 분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또 불평등은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데 정부 정책은 부처별로 각각 집행돼 사회영향평가의 실효성은 미흡하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경제적 영향만 주로 보던 데에서 탈피해 사회적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젠더·환경·안전 등 다각적 영향에 대한 통합적 평가를 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를 담는 정책 방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유엔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정리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모든 인류가 함께 해결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SDG는 빈곤 퇴치와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 평등,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불평등 완화,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목표를 추구한다. 이를 핵심적으로 말한다면 인간 중심의 행복한 사회·경제적 번영, 환경 보호가 포괄적으로 이룩되고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세상이다. 이에 발맞춰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은 환경 보호(E), 사회적 가치(S),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G)를 추구하는  ESG를 기업 운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간 모든 진영에 요청하고 싶다. 인기 영합의 공약을 즉흥적으로 남발하지 말고, 정책이 다양한 영역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과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과학에 근거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류 보편적인 인간 중심, 다양성 존중, 불평등 감소를 위한 가치, 그리고 세계 중심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어울리는 글로벌 기준과 세계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기를 바란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키며 번영을 함께 나누고 환경을 보호하는 SDG의 기준에 정책 공약들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어떻게 기여할지를 제시하기 바란다.

또 어느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든 연령과 성별·이념·정파를 뛰어넘어 다양성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단순히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사회 통합과 삶의 질, 환경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행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20일 유엔 SDG 고위급회의 특별연설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주창하고, 새 세대가 미래를 향해 걸어나가는 ‘웰컴 제너레이션’이라 선언한 바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책도 웰컴 제너레이션의 수준에 걸맞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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