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지구촌 코로나 동시 접종, 한국 재계가 앞장서자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0:37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진명 작가

김진명 작가

지금 인류는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대재앙을 맞이해서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몇몇 선도적 제약회사에 의해 백신이 개발됐다는 사실이다. 이들 백신이 만능은 아니지만 백신 접종률 높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걸 보면 온 인류가 접종을 완료해 집단 면역을 이루는 것이 최선의 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상당한 선진국들조차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팬데믹은 자신의 나라, 자신이 있는 지역만 잘 지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열악한 환경의 미접종 지역에서 계속 변이가 생겨 접종 지역으로의 돌파 감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선진 지역 먼저, 후진 지역 나중의 접종은 효과가 없다. 세계 전 지역이 거의 동시에 예방 접종을 완료하는 방법만이 팬데믹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미접종 지역 도와야 팬데믹 극복
원천기술 구입, 세계도 동참할 것

하지만 세계 80억 인구는 불과 네댓 개의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백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파해야만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변이를 막고 코로나를 종식하거나 ‘위드 코로나’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약회사들이 백신 생산 기술을 전 세계에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지구적 재앙이 소수 제약회사의 이익 창출에 옭매여 있다는 사실은 21세기 인류의 부끄러움이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의 이성이 이 굴곡진 현상을 현철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결코 미래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본래 바이든 같은 세계적 지도자가 나서 글로벌 대처를 이끌어야 할 터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나는 우리나라 재계의 리더들이 나서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우리 재계가 일정 금액을 선기부하며 전 세계의 대부호와 거대 기업들에 “제약회사로부터 원천기술을 사서 온 인류가 순식간에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창하는 것이다.

사실 전 인류 동시 접종은 이상에 머무르고 마는 목표가 아니다. 근로와 소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막대한 부를 몰아준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고민해 온 대부호와 거대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채널이 열리기만 하면 기꺼이 참여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의 수많은 민간 기구와 사회운동가, 선량한 시민들이 앞을 다투어 봇물 터지듯 동참하는 모습도 번연히 눈에 보인다. 거리에 백신이 넘쳐나는데도 번번이 변이에 뚫려 현재 확진자가 4000만 명이나 되는 미국의 모습을 생생히 목도한 인류는 누군가 전 인류 동시 접종의 불씨를 지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감연히 나서는 한국 재계의 남다른 모습은 우리 기업의 이미지와 한국인의 위상을 수직상승 시킬 것이다. 하지만 더욱 참된 의미는 이 부조리한 현실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있는 인류의 비정상적 모습을 끊어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가는 데 있다.

지난 세기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돈 한 푼 받지 않고 전 세계에 나누어 주어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지구 위에서 멸종시킨 조나스 소크 박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55년 십수 년의 각고 끝에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그에게 대형 제약회사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이 특허 대가로 천문학적 액수를 제시했지만 소크 박사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 특허를 낼 수 있나요?”(There is no patent, could you patent the Sun?) 그의 지혜가 절실하기만 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