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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라도 지원금 줄게" 예산 동났는데 12% 준다는 시군

중앙일보

입력

충남도와 시군, 12%지급 의견 모아 

충남도와 시군이 정부 재난지원금(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대상에서 제외된 상위 12%에 지원금을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충남도 등은 예산이 없어 빚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국민지원금 신청서 작성 및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양천구 신정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국민지원금 신청서 작성 및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25일 충남도에 따르면 당진시를 제외한 14개 시군이 모든 주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시는 “정부 방침에 따르고, 소상공인 등 꼭 필요한 주민을 지원하는 게 낫다"며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일단 방침을 정했다. 천안시는 예산 분담률을 놓고 충남도와 의견 차이를 보인다. 논산·서산시를 포함해 청양·논산·서천군 등 상당수 시군은 이미 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충남도 "예산 동나 재원 마련 어려워" 

충남도민 211만명 가운데 이번에 국민지원금 받지 못하는 주민은 약 25만명이다. 이들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려면 656억원이 필요하다. 충남도는 이 가운데 50%인 328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328억원은 시군에서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당진·천안시 등과 이견을 조율해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지원금 추가 지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뉴스1

모든 도민에게 돈을 주기로 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충남도는 하위 88%에 해당하는 186만명에게 국민지원금 지급을 거의 완료했다. 여기에 들어간 4656억원 가운데 80%인 3834억원은 정부가 부담했다. 나머지 20%인 822억원은 충남도와 15개 시군이 절반인 411억원씩 지급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국민지원금 가운데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20% 때문에 이미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이 바람에 가용재원을 거의 소진한 상태”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12%에 지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홍수·가뭄·지진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해 남겨둬야 할 예산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예비비는 수십억원, 재난관리기금 200억원, 재해구호기금 59억원 정도가 남아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예비비 등 예산 가운데 일정액은 필수적으로 남겨둬야 한다”며 “다른 사업비를 축소하거나 지방채 발행 등 별도 대책이 있지 않은 한 12% 지급을 위한 지원금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민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신청서 작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민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신청서 작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천안시 "빚내야 지원금 마련 가능"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인구가 60만명으로 가장 많은 천안시도 예산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천안시는 정부 계획에 따라 하위 88% 지급 당시 시 예산 150억원을 썼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 천안 시민은 전체 68만명 중 12만여명이다.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려면 310억원이 필요하다. 천안시는 이 가운데 80%인 250억원 정도를 지원해 달라고 도에 요청한 상태다.

천안시는 충남도가 예산지원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천안시도 예비비 등을 거의 다 쓴 상태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원금 지급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구가 적은 다른 시군 보다 사정이 훨씬 어렵다”며 "경기도도 12%를 지급하면서 수원 등 인구가 많은 지자체는 경기도 예산으로 전액 지원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충남 일부 시군 주도로 12%지급 바람일어 

다른 광역 지자체와 달리 충남에서만 상위 12%지급 붐이 일고 있는 것도 뜻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12%지급 의견은 지난 9월 7일 양승조 충남지사 주재로 충남도청에서 열린 시장군수 회의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군수가 “경기도처럼 모든 주민에게 지원금을 줘야한다"고 제안하자, 양승조 지사는 “시군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답했다. 이후 몇몇 시군이 개별적으로 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 전역으로 확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대면 신청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민센터 관계자가 지역사랑 선불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대면 신청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민센터 관계자가 지역사랑 선불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도 관계자는 “경상도나 전라도 등 다른 광역 단체보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도 않은 충남 시군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선심성 돈 풀기에만 익숙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무분별한 현금 지급으로 자치단체나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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