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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테이퍼링 시사, 헝다 위기…원화값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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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올랐다(미국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가치 하락). 전 거래일보다 8원 오른 1183원으로 출발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1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커진 데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긴축 신호가 한층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2일 성명을 통해 조만간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현재의 0.00~0.25%로 동결했으며,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Fed는 21~22일 이틀간 9월 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예상대로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한) 진전이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위원회는 자산 매입 속도에 대한 완화가 곧 정당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용 창출과 물가 안정 목표가 진전을 이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한 자산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게 곧 가능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Fed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월 국채 800억 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를 매입하며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쳐 왔다.

Fed는 이날 구체적인 테이퍼링 일정과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7월 FOMC 성명에 담겼던 “위원회는 다가오는 회의에서 진전사항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는 문구가 이번 성명엔 삭제된 것을 두고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르면 다음 회의가 있는 11월 Fed가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장을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전광판.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93포인트(0.41%) 내린 3127.58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장을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전광판.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93포인트(0.41%) 내린 3127.58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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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내년 중순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참여자는 경기 회복이 정상 궤도에 있는 한 내년 중순께 마무리되는 점진적인 테이퍼링 과정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테이퍼링 시작이 시장 예상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정책 입안자들이 완화적 통화 정책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점도표도 이날 공개됐다. FOMC 위원 18명의 절반인 9명은 2022년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7명이었는데 2명 늘었다. 2022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9명 가운데 6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3명은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2023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명을 제외한 17명이 동의했다.

한미기준금리추이(9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미기준금리추이(9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환 당국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 차관은 “향후 Fed의 테이퍼링 진행 속도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차입 비율을 낮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불거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차관은 이들 변수가 당장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Fed가 연내 테이퍼링을 사실상 공식화했지만 시장 예상과 부합한 결과”이고 “무디스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 역시 견고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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