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씨 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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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고문 기술자'로 통했던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이근안(68.사진)씨가 7일 징역 7년의 형기를 마치고 경기도 여주군 여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0시25분쯤 교도소 정문을 나오면서 취재진들에게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많이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회개하는 심정에서 앞으로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과거 행적과 관련, "그 시대엔 애국인 줄 알고 했는데 지금 보니깐 역적이다. 세상사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지인들이 준비한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교도소를 떠났다. 교도소 관계자는 "이씨가 당뇨와 고혈압 증세에 시달리고 있으며, 안구 수술을 시급히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씨는 85년 서울대 학생운동 조직이었던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사건과 관련, 당시 민청련 의장이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에서 10여 차례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가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악명을 떨쳤다.

지난해 2월 이씨를 면회했던 김 의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당직자회의에서 "면회 당시 이씨가 용서를 빌어 그게 과연 진심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며 "하지만 얼마 전 어떤 목사님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신의 영역'이라고 한 얘기를 듣고 마음이 정리됐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이씨의 여생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88년 검찰이 김 의장과 납북 어부 김성학씨 등을 고문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자 잠적해 장기간 은둔생활을 하다 99년 10월 자수했다. 이씨는 수감 중 아들이 병으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현재 부인이 폐활용품 수집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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