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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사고 '사지마비' 배달원…대법 "보험금 6억 지급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오타바이 배달원 숫자가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오타바이 배달원 숫자가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상해보험 가입자가 오토바이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오토바이 음식배달을 하다 사지마비 상태가 된 A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지급을 거절당한 6억4400만원의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화재에서 5건의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이 중 4건의 보험에 대해서는 이륜자동차(오토바이) 부담보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는 보험회사가 어떤 원인이든 오토바이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특약이다. A씨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이 4건의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A씨는 2015년 6월부터 한 음식점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다. 한 달 뒤 A씨는 음식배달을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경추부 척수손상 등 상해를 입어 사지마비 상태가 됐다. A씨 측은 가입한 5건의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모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측은 오토바이 부담보특약에 가입한 보험 계약 1건의 경우는 이 특약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했다. 특약에 가입하지 않는 4건에 대해서는 A씨가 오토바이 사용에 관해 알릴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2016년 8월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역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부담보특약에 가입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사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 의무를 다했더라도 오토바이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특약상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부담보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4건의 보험계약의 경우도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 보험사에 알릴 의무가 있고, 이를 알리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고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상해보험의 내용·약관·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 대해 보험자의 명시·설명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A씨가 오토바이 운전이 위험하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넘어서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해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부담보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4건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만 부담보특약에 가입한 1건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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