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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가 증명한 공백기의 순기능

중앙일보

입력

고영표에게 군 복무 공백기는 성장 자양분이다. [IS포토]

고영표에게 군 복무 공백기는 성장 자양분이다. [IS포토]

KT 선발 투수 고영표(30)는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군 복무 공백기는 그의 성장에 자양분이 됐다.

고영표는 지난 12일 등판한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KT의 10-0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사사구를 1개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 시즌 60승을 앞두고 4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했던 KT는 고영표의 호투로 '아홉수'를 넘길 수 있었다.

고영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데뷔 처음으로 10승을 거뒀다. 종전 커리어하이는 2017시즌 기록한 8승이다.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해냈다. 고영표는 "팀의 승률을 높이는 투수가 되고 싶다. 남은 시즌 20QS 이상 해내고 싶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고영표는 2018시즌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임무를 수행했다. 2시즌(2019~2020)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공백기 여파는 없었다. 기량이 한층 향상됐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였지만, 올 시즌은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는 투구가 돋보인다.

고영표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때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선배가 몸쪽 공을 자주 요구했다. 다소 부담이 있는 코스였는데 조금씩 제구가 잡혔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며 좋은 투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군 복무 공백기는 오히려 약이 됐다. 우선 몸 관리를 할 수 있었다. 고영표는 2017년에는 어깨, 2018년에는 허리 통증 안고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누적 피로 탓에 시즌 막판만 되면 고전했다. 고영표는 "아무래도 복무 기간에 만성 통증을 다스릴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군 복무 중에도 일과를 마친 뒤에는 개인 훈련에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유연성이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전 투구는 못 했지만,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과 기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멘털도 성숙해졌다. 고영표는 지난 2월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질 수 없었던 시간(군 복무 기간)은 정말 힘들었다. 좋아하는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면서 심적으로도 긍정적인 마음이 커졌다. 다시 일상을 찾은 만큼 행복하게 야구할 것"이라고 했다.

개막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고영표는 "야구는 마치 파도 같다. 쉽다가도 갑자기 어려워진다. 투구 내용에 아쉬운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가장 편안한 것 같다. 여유가 조금 생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을 야구를 향한 열망도 멘털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영표는 KT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2020시즌) 군 복무 중이었고, 동료들의 경기를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년 사이 강팀으로 도약한 소속팀 전력은 자극제가 됐다.

고영표는 "플레이오프에 선발 등판한 소형준과 배제성을 보며 정말 부러웠다"라고 돌아보며 "나도 강팀에 어울리는 인원이 되고 싶었다. 가을야구에서도 QS를 해내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후반에 군 복무를 소화하고 복귀한 투수가 에이스로 올라선 사례는 드물다. 심지어 고영표는 야구와 단절된 시간 보냈다. 하지만 그 공백기에 심신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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