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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과 여야 대표의 '공정'논쟁…주제는 '스카이캐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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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4일 송영길·이준석 대표와 공정을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4일 송영길·이준석 대표와 공정을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을 화두로 논쟁을 벌였다. 샌델 교수는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능력주의(meritocracy)를 비판한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만큼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능력주의를 강조해온 이준석 대표가 샌댈 교수, 송영길 대표와 맞붙는 구도로 토론이 진행됐다. 샌델 교수는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토론에 참석했다.

샌델 교수가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재밌게 봤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돈이 많고 누리는 자들을 보며 격차를 생각하게 된다. 또 한 편으론 특권층에서도 불안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 근본적 문제에 부딪힌다. 이는 경쟁적 능력주의란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결실을 많이 본 이들이 패자들을 경멸하고, 패자들은 반엘리트주의로 결집하며 포퓰리즘이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는 지적도 했다.

송영길 대표 역시 “능력주의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다양화해야 된다. 획일적 기준으로 능력을 줄 세우는 사회가 아니라 역량을 개발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샌델 교수 의견에 동의했다. 송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서도 “여유 가진 부유 계층은 재택 근무하며 대응하는데, 하루하루 벌어 먹는 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식료품 가게에 가서 일상품 구입해야 하는 현실 명확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의 발언을 듣고 있는 송영길(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유튜브 캡처

샌델 교수의 발언을 듣고 있는 송영길(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유튜브 캡처

반면 이준석 대표는 “돈과 조직을 바탕으로 해서 선거를 치르는 문화였다면 저는 당선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엘리트가 항상 우위를 가져가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절대적인 공정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공정이란 것은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의 ‘획일적 기준’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경쟁의 평가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먹방 유튜버 쯔양의 구독자수가 400만 명이다. 방송 환경도 (기존) 엘리트가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한국에서 대다수가 ‘개천용은 더 이상 없다’고 대답한 걸 볼 수 있었다”며 이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고등 교육만으로 사회적 이동성을 확보하거나 혹은 사회적 이동성 만으로 불평등에 대처할 수 있진 않다”며 능력주의에 기반한 경쟁식 교육 체제 역시 비판했다. 송 대표 역시 “교육이 특권계층 자녀들이 특권을 공고히 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며 동조했다.

이 대표는 “개천용 얘기를 극단화할 필요가 없다”며 재차 반박에 나섰다. “카르텔화 된 대학 교육이 사회적 성공까지 좌우하는 데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은 교육을 통한 가능성을 믿는 나라”라는 이유다. “미국에선 교육을 중단하고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데 가족이 동의할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동의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은 게 현실”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 대표는 토론 과정에서 자신이 하버드대 출신임을 은연 중에 언급했다. 첫 발언을 할 때는 샌델 교수를 향해 “샌델 교수 뒤에 있는 창문만 봐도 대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땐 교수님도 젊었고, 저도 더 젊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어로 “2004년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상원의원의 연설을 들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란 희망과 열망 덕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고 샌델 교수에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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