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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만 집중적으로 때렸는데, 네이버 왜 덩달아 폭락했나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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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혁신기업의 상징, 네이버·카카오가 위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 IT 기업에 대한 구글·애플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킨 국회가 태도를 바꿨다. 이젠 '카카오 갑질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할 정도. 이들을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추켜세우던 정부의 눈길도 매서워졌다. 한국의 빅테크, 왜 이렇게 미움 받게 됐나.

무슨 일이야

네이버·카카오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잘나가던 카카오·네이버의 주가가 지난주 폭락했다. 7일 이후 이틀새 증발한 양사 시총 합만 19조원(142조원→123조원, 9일 종가 기준).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에 '규제 대상' 딱지를 붙인 7일이 분기점이 됐다. 네이버는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덩달아 주가가 폭락했다.

● 정부, 비틀고: 금융위는 카카오페이가 외부 금융기관의 상품을 비교·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판매를 위한 중개'로 판단했다. 카카오가 광고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 파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지난 3월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계도기간을 보름 남기고 나온 철퇴에 시장은 요동쳤다. 10일엔 공정거래위원회도 가세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 행위 우려가 있고,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 국회, 옥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여당은 '플랫폼 갑질'을 공론화하고 있다. 기름을 부은 건 7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카카오 성공신화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문제가 있다"며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 모습을 따라가선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는 7~10일 쿠팡·카카오·야놀자 등 플랫폼 기업과 갈등 중인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 일종의 '갑질 성토 대회'인 셈.

이게 왜 중요해

● 이제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필수품. 네이버·카카오는 그 플랫폼 경제의 핵심 주자다. 소수 IT 대기업이 주요 플랫폼을 장악하자, 플랫폼 본질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플랫폼 덕에 싸고 편하게 물건 사면, 다 좋은 것인가', '소수의 기업이 플랫폼을 독점해도 괜찮은가' 같은 의문이다. 미국·중국 등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제하려는 글로벌 흐름과도 통한다.
●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플랫폼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여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을(乙) 권리 보장 공약'을 내놨다. 이 지사는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소상공인의 단체결성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고, 공공 플랫폼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 지사가 배달앱의 수수료 인상을 강하게 비판한 이후, 경기도는 세금을 투입해 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춘 '공공 배달앱'을 출범했다. 경기도는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에서 자사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도 공정위에 고발했다.

2020년 네이버·카카오 세부 매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공시자료]

2020년 네이버·카카오 세부 매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공시자료]

집중화살 맞는 카카오, 왜?

① 무한확장, '플랫폼 본질'이냐 '대기업 탐욕'이냐: 카카오의 연결회사는 115개(6월말 기준)다. 해외법인 포함 시 158개. 2016년 이후 47개 기업을 인수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30곳을 샀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가 선물하기, 헤어샵, 카카오택시, 골프 등으로 확장하며 과도한 수수료를 매긴다"며 "과거 대기업 집단, 재벌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플랫폼 사업 성격상 핵심사업 관계 기업의 수가 많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소규모 관계사가 많아, 덩치만 커보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사업 영역이다. 카카오는 메신저(카카오톡 4600만명, 월사용자 기준), 모빌리티(카카오T 2850만명, 이하 누적가입자 기준), 간편결제(카카오페이 3600만명),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 1670만명) 등 국민 일상과 밀접한 핵심 플랫폼을 보유했다. 카톡이 장애를 일으키거나 카카오택시 호출료가 오르면 전 국민이 영향권에 놓인다. 특히 서비스 데이터는 쌓일수록 카카오 신산업 진출에 밑거름이 된다. 지난해 매출 4조원을 갓 넘긴 카카오 그룹이 올 7월 시총 합계 100조를 돌파한 원동력이다. 동시에 이는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막겠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구실도 된다.

카카오가 장악 중인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가 장악 중인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 플랫폼이 사업도 직접?: 카카오는 "모든 일상을 모바일로 연결"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러나 '중개에 머물겠다'고 한 적은 없다. 일부 사업에선 직접 사업자로 뛰고, 전통 산업과 충돌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 '심판(카카오T)이 직접 경기를 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반 택시에 승객 콜을 전달하는 중개사업자인 동시에, 직영·가맹택시(카카오T블루)도 운영하기 때문. 택시4단체는 수년간 카카오T가 가맹택시에 좋은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이 경기장이라면 카카오는 심판인데 선수로도 뛰고 있으니 불공정하단 소릴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카카오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은 미래의 경쟁자 싹자르기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③ '공동체'냐 '그룹'이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0년간 100명의 창업가를 키우겠다"며 자회사 대표들을 육성했다. 김 의장과 '공동 창업' 형태로 자회사를 이끄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외부 투자를 유치할만큼 자생력을 입증한 뒤 수조 원대 기업공개(IPO)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희망시기가 겹쳐 주주 이익을 해친다는 우려를 사는가 하면,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던 시기 카카오T가 택시 스마트 호출료를 올리겠다고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자초한 게 대표적이다.

외부에선 다 '대기업 카카오 그룹 계열사'인데, 내부에선 '공동체일뿐, 의사결정은 각자'란 인식이 강해 생기는 엇박자가 문제. 최근 카카오 내부에선 '카카오T가 여론질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계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추진이나 M&A, 자회사 IPO 등에 카카오가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커졌다.

근데 네이버는 뭐가 문제?

네이버는 '공룡 포털'이란 비판에 비교적 익숙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4~5년 간 '상생'을 강조하며 몸을 사렸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타입(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이 됐고, 을지로위원회 설명회에도 불려가지 않았다. 이번에 카카오페이가 철퇴 맞은 금융상품 중개도 네이버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런데도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네이버는 왜 비판받나 살펴보니.

① 중개, '상생'이냐 '장악'이냐: 네이버가 강조하는 건 '연결', 즉 중개. 그 실행전략은 '혈맹', 즉 지분교환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끼리끼리' 제휴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전통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는 올해 이마트·신세계백화점과 2500억원 규모로 지분을 교환했고, CJ대한통운(3000억원 규모)과도 지분을 맞바꿨다. 네이버쇼핑 내 이마트 입점, 20만평 규모 물류센터 확대 등 '커머스 제패'의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이미 46만 스마트스토어로 온라인 소상공인 생태계를 다 잡은 후다. 네이버는 지금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18%, 지난해 네이버쇼핑 거래액 28조원 기준).

네이버는 커머스 외에도 미래에셋(5000억원 규모), CJ ENM(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1500억원), 하이브(4000억원) 등 금융·콘텐트·엔터테인먼트 산업계 강자들과 피를 섞고, 해당 시장에 발을 걸쳤다. 익명을 원한 IT업계 관계자는 "지금 네이버는 소비자 반감을 사고 있진 않지만, 조용하고도 무섭게 각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는 모습 때문에 견제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장악 중인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네이버가 장악 중인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 가두리 양식장, '정보'에서 '금융'으로: 과거 네이버는 검색과 뉴스를 장악한 '정보 플랫폼'이었다. 구글의 부상과 정치권의 견제로 검색·뉴스의 힘이 빠지자, 다음 먹거리로 택한 게 커머스와 간편결제다. 네이버페이로 네이버쇼핑에서 결제하고, 네이버 콘텐트를 이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니 소비자는 네이버가 짠 생태계에 락인되는(lock-in·묶이는) 구조.

지난 2분기에는 커머스(3653억원)·핀테크(2326억원)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특히 커머스 데이터는 금융상품 개발에 재활용되니, 하나가 크면 다른 사업도 같이 큰다. 이상근 교수는 "데이터를 독점하기 때문에 예전의 재벌 대기업보다 더 위험하다"며 "독점이 자연스러워지면 그 피해는 훗날 소비자가 본다"고 했다.

③ IT는 좀 다른가 했더니: 네이버의 당면 과제는 리더십 개편이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네이버의 투명한 지배구조는 한국의 다른 대기업들과는 다르다(2019년)"고 강조해왔는데,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직원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창업자와 소수의 C레벨 임원에게 권력이 집중됐다면 기존 대기업과 뭐가 다르냐는 것. 네이버가 "연말까지 C레벨 권한을 분산하는 새로운 조직 체계를 만들겠다"한 만큼, 어떤 방안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앞으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중앙포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중앙포토]

당장 10월 국감에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카카오 본사,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정무위원회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질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장의 증인출석 요청도 검토 중이다. 김 의장은 2018년, 이 GIO는 2017년, 2018년 국감에 출석한 바 있다.

규제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이들 기업은 대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정책전략TF를 만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을 리더로 앉히는 등 공무원 영입에 적극적이다. 카카오페이도 금감원 출신 인사를 금융정책실장에 임명했고, 카카오 본사 역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을 ESG총괄 임원으로 지난 7월 영입했다. 소비자·소상공인 마음을 잡기 위해 플랫폼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 수수료 등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각계 의견을 들으며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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