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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알려진 검언유착 그 문장, 4월3일 고발장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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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면접관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면접관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권 유력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에 등장하는 두 개의 고발장 중 4월 3일 고발장을 둘러싼 의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고발장이 전달된 시점’과 ‘고발장에 담긴 내용의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① 4월 3일 고발장에 “제보자X, 이철 일면식 없었다?”…석 달 뒤 언론 보도

두 개의 고발장 중 지난해 먼저 4월 3일 ‘손 준성 보냄’으로 표기돼 전달된 고발장은 불과 그로부터 수일 전인 3월 31일 MBC가 보도한 채널A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제보자X’ 지모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고발장 11쪽에는 “지OO은 이철과 평소 서로 알고 지내는 지인이 아니었고 여당 관계자의 소개를 통해 검찰을 비방하는 기삿거리 소재를 만들어 내고자 이철과 채널A 기자의 만남에 관여하게 되었던 것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없는 사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6월 30일에서야 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1년여 뒤 올해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해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해 무죄를 선고한 근거의 하나이기도 했다. 법원은 이 전 기자 판결문에서 이철 VIK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며 ‘중간전달자’ 역할을 한 지씨가 MBC에 의혹을 제보하고 이 전 기자에게 한동훈 검사장과 녹취록을 먼저 요구하는 등 소위 ‘검언유착’ 의혹을 유도·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실제로 지씨와 이 전 대표는 사실 거의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심지어 지씨와 이 전 기자 사이의 3차례 만남의 내용이 제대로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무죄 선고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씨와 이철씨가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는 것은 검언유착 의혹이 허구라는 것을 입증할 핵심이었다”며 “이를 진작에 파악했다면 왜 이 전 기자가 구속되고 한동훈 검사장은 직무배제 되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② 정작 제보자X 피고발인 빠져…검사가 작성? 형식, 본문 앞뒤 안 맞아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제보한 ‘공익신고자’ 조성은(33)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고발장에는 피고발인에 황희석·최강욱 등 여권 인사뿐 아니라 여러 언론인이 실명으로 기재됐고 이 기자들의 각종 활동상이 상세하게 파악돼 있다”며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직 검사가 작성했다기엔 고발장의 형식과 내용을 뜯어보면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흔적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씨가 말한 부분은 당시로썬 여권 내부나 제보자X본인밖에 알지 못했을 MBC 검언유착과 뉴스타파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관련 제보 배경과 경위가 상세히 적힌 부분이다. 가령 6쪽에 “지OO는 사기죄 등으로 수회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전력이 있고…수사를 받을 당시 민변 출신 민병덕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인 조력을 받았고, 민 변호사는 피고발인 황희석(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최강욱(열린민주당 대표)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라고 나와 있다.

반대로 고발장은 앞뒤가 안 맞는 엉성한 부분도 곳곳에 있다. 고발장 맨앞 1~5페이지 피고발인 13명 명단에 제보자 지씨는 빠졌다. 그런데 고발장 6쪽부터 시작되는 본문은 정작 ‘피고발인 지○○’라는 주어로 시작된다. 이에 본문 범죄사실에선 주요 피고발인인 지씨가 피고발인 명단에서 누락된 것부터 이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발장은 본문 6~14쪽 중반까지 ‘범죄사실’은 모두 평어체로 쓰고선 14~19쪽 고발이유 부분부터 갑자기 경어체로 바꿔 썼다. 고발이유는 첫 문장부터 “문재인 정부 및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가을부터 올해 연초까지 '조국 일가' 사건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부, 여당과 진보세력 지지자들에게 역적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로 시작한다.

③ 대검 미공개 내부조사 자료 토대 고발장 썼나

일각에서는 당시 대검이 미공개 내부조사 자료를 토대로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제보자 조씨가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일 무렵 대검은 한동훈 검사장에게는 “검언유착 의혹과는 무관하다”, 채널A로부터는 “녹취록은 한 검사장 것이 아니다”는 정도의 의견을 받아 이를 A4 1장 분량의 약식 보고로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20쪽짜리 고발장에 적시될 만큼 구체적인 진상이 규명된 것은 이후 대검 인권부 조사 등을 거치면서라는 뜻이다.

공수처의 김웅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수처의 김웅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제로 고발장 16쪽에는 “2020.4. 3. 조선일보에서는 피고발인 지OO이라는 오로지 한 사람이 뉴스타파와 MBC의 ‘전속 제보꾼’이 되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가족, 측근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전부 다 혼자서 제보했다는 사실을 취재해 보도했다”고 돼 있지만, ‘전속 제보꾼’ 표현은 조선일보 당일 기사(▶채널A 기자에 접근했던 親與 브로커, 그는 '제보자X' 였다)엔 등장하지 않고 4월 10일자 같은 신문 칼럼에 등장한다.

또 고발장 같은 페이지에는 “여러 기자들이 탐문하던 중 민병덕 변호사가 지씨 법률대리인 역할을 해 온 사실이 확인되었으며…뉴스타파, MBC에서 지OO을 전속 취재원으로 내세운 〈민병덕 發 검찰 때리기 방송, 보도〉”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4월 3일 시점은 민 의원과 지씨와의 관계를 포함한 상세 제보 경위는 다른 언론들이 파악하기 이전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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