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더 자고 싶다” 프로포폴 맞은 애인 사망…남친 의사, 2심서 집유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과다 투약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연합뉴스

불면증을 앓는 애인에게 자신의 병원에서 빼돌린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장재윤)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46)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375만원도 명령했다.

성형외과 원장 A씨는 2019년 4월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연인 B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B씨를 재우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외출했다. 그러나 그 사이 B씨가 직접 프로포폴 투약 속도를 높였다가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달 18일께 ‘잠을 더 자고 싶다. 프로포폴 투약 속도를 올리면 안되냐’는 B씨 전화에 ‘안 된다’며 소극적으로 대처할 뿐 과다투입 위험에 대해선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된 프로포폴은 A씨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남은 프로포폴 12병가량을 빼돌려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프로포폴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결국 그로 인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거하는 연인관계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심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75만원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프로포폴을 잘못 관리한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니 상응하는 처벌이 합당하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했지만 용서를 받지는 못했다”며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하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점 등도 있어 피고인의 죄책이 더 무겁다”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