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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업자' 거친말 오간 일산대교…"이재명, 제값 주고 사라"[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9.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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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일산대교. [중앙일보]

27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일산대교. [중앙일보]

 강갑생 교통전문기자의 촉: 일산대교와 적정가격 

 요즘 일산대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일산대교의 민자사업자 운영권을 회수하고 공익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하면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가 사들여 10월부터 무료통행토록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 민자사업자가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이다 보니 논쟁이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일산대교에 대해 경기도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한강을 가로지르는 27개의 자동차용 다리 중에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일산대교는 경기도 고양시 법곳동(이산포 IC)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걸포 IC)을 잇는 길이 1.84㎞의 왕복 6차로 다리로 2008년 개통했는데요.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민자사업자가 2200여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뒤 소유권을 경기도에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0, 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다른 한강다리와 달리 통행료를 징수하다 보니 개통 초기부터 주민 반발이 작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경기도가 남 탓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애초 일산대교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장본인이 경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3일 일산대교 톨게이트 현장에서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 1]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3일 일산대교 톨게이트 현장에서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 1]

 두 번째는 비싼 통행료로 인해 원성이 자자한데도 일산대교 운영자인 국민연금이 이를 낮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산대교 통행료(승용차 기준 1200원)는 ㎞당 652원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당 67원)의 10배 가까이 됩니다.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지분 100%를 인수한 건 2009년 11월로 투자금은 2000억원가량입니다. 당시 국민연금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자체 자금을 동원했는데 이자율이 선순위 대출은 8%, 후순위채는 최대 20%에 달합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다른 민자도로처럼 자본재조달을 하면 이자 부담을 낮추고 통행료도 내릴 수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통상 다른 민자사업에서는 개통 이후 비싼 이자를 내던 대출금을 금리가 더 낮은 자금으로 바꾸는 자본재조달을 시행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자 부담이 낮아져서 통행료를 낮출 여력도 생깁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애초 자기 자본을 동원했기 때문에 자본재조달에 소극적입니다. 굳이 높은 이자 수입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데다 자칫 통행료를 낮췄다가 약정수익률(약 8%)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면 그 손실을 메워줘야만 합니다. 이재명 지사가 "(국민연금이)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악덕사채업자냐" 등의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산대교 홈페이지의 알림글. [홈페이지 캡처]

일산대교 홈페이지의 알림글. [홈페이지 캡처]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엇갈리다 보니 이 지시가 고심 끝에 택한 방식이 '공익처분'입니다. 아예 돈을 주고 아직 기한이 남아 있는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지급할 보상금 규모입니다. 국민연금이 2038년까지 운영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최대 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사는 보상금으로 2000억원을 언급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딱 2000억원은 아니고 2000억원대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7000억원짜리를 2000억원에 사겠다는 얘기니 너무 후려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보상액을 정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할인율이란 걸 적용합니다. 일종의 이자율 개념인데요. 할인율이 높으면 현재가치가 줄어들고, 반대로 할인율이 낮으면 현재가치가 늘어나게 됩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특정 시점에 특정 금액을 모은다고 가정할 때 높은 이자율이 지속된다면 애초 종잣돈이 적어도 됩니다. 이자가 많이 붙을 테니까요. 반면 이자율이 낮다면 종잣돈이 더 필요합니다. 이걸 거꾸로 적용한 게 할인율로 종잣돈이 현재가치인 셈입니다.

 이 지사가 언급한 2000억원은 실시협약에 따라 할인율을 최대로 유리하게 적용한 거로 전해집니다. 8~9% 정도라고 하는데요. 반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선 이보다 낮은 4~5%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가치는 3500억~3600억원가량 됩니다. 양쪽의 가격 차이가 최대 1500억원 이상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요. 만일 경기도와 국민연금 간에 있을 협상에서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연금 측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약정된 수익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절대 손해 보는 거래는 못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양쪽 다 '배임'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 처음부터 소송으로 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어떤 경우든 경기도는 후려친 가격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야만 합니다.

 그래야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권력을 동원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고, 그 결과 국민의 노후자금에 피해를 줬다는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겁니다.

 또 이 지사도 과격한 용어를 동원해 국민연금을 공격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합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연금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고 적었는데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이라면 이 지사의 지적이 맞을 겁니다. 이익이 소수의 대주주에게 대부분 돌아가겠죠.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익을 얻으면 그 혜택은 연금가입자, 즉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악덕사채업자도 과한 표현이란 반응이 많습니다.

 합리적인 협상과 중재, 정 안되면 소송을 통해서 꼬인 문제를 해결하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서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언사는 가급적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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