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이 시각]덕수궁 프로젝트···고궁에 펼쳐진 상상 정원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16:17

업데이트 2021.09.11 11:30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고궁에 상상 속 정원이 열렸다. 덕수궁 즉조당 앞마당에는 몸보다 큰 뿔을 가진 사슴이, 석어당 대청마루에는 붉은 오얏꽃 나무가 자리했다. 행각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는 나무, 숲, 새소리가 가득 찼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몽환적 빛줄기를 받으며 앉아있자니 실제 고궁과 상상을 구현한 정원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10일 오전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권혜원 작가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행각에 바람과 햇빛이 스며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주변 풍경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장진영 기자

10일 오전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권혜원 작가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행각에 바람과 햇빛이 스며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주변 풍경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장진영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주최하는 '덕수궁 프로젝트 2021:상상의 정원' 전이 서울 덕수궁 야외에서 오는 11월 28일까지 펼쳐진다. 지난 2012년 시작해 올해 네 번째를 맞은 이번 전시에는 현대 미술가 권혜원·김명범·윤석남·이예승·지니서, 조경가 김아연·성종상, 애니메이터 이용배, 식물세밀화가 신혜우, 국가무형문화재 채화장 황수로가 '정원'을 매개로 덕수궁의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고 오늘날의 정원에 가치에 대해 재해석한 작품 10여점이 전시된다.

김명범 작가의 '원'.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진 사슴이다. 작가는 주기적으로 떨어지고 다시 자라나는 숫사슴의 뿔은 움직일 수 없지만 생성과 소멸, 재생이라는 좀 더 긴 생명 주기를 지닌 나무처럼 삶과 죽음의 순환에 근거한 풍요와 변신을 은유한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김명범 작가의 '원'.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진 사슴이다. 작가는 주기적으로 떨어지고 다시 자라나는 숫사슴의 뿔은 움직일 수 없지만 생성과 소멸, 재생이라는 좀 더 긴 생명 주기를 지닌 나무처럼 삶과 죽음의 순환에 근거한 풍요와 변신을 은유한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신혜우 작가의 '면면상처:식물학자의 시선'. 지난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등으로 표현했다. 장진영 기자

신혜우 작가의 '면면상처:식물학자의 시선'. 지난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등으로 표현했다. 장진영 기자

덕홍전에 설치된 이예승 작가의 '그림자 정원:흐리게 중첩된 경물'. 16채널 영상과, 거울, 라이팅 등이 설치됐다. QR코드를 이용해 증강현실 체험도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덕홍전에 설치된 이예승 작가의 '그림자 정원:흐리게 중첩된 경물'. 16채널 영상과, 거울, 라이팅 등이 설치됐다. QR코드를 이용해 증강현실 체험도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전시 프로젝트의 제목인 '상상의 정원'은 조선 후기 '의원(意園)' 문화에서 차용했다. 18~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은 글과 그림을 통해 경제적 제약 없이 마음껏 풍류를 즐기는 ‘상상 속 정원’을 누렸다. 담의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한국의 전통정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당시 문인들이 가졌던 정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상상력이 더해진 정원을 만들어냈다.

석어당에 설치된 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의 '홍도화'. 장진영 기자

석어당에 설치된 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의 '홍도화'. 장진영 기자

채집된 식물 표본 뒤로 덕수궁 경내가 중첩되어 보인다. 장진영 기자

채집된 식물 표본 뒤로 덕수궁 경내가 중첩되어 보인다. 장진영 기자

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가 성종상은 함녕전에 고종의 삶을 담았다. 장진영 기자

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가 성종상은 함녕전에 고종의 삶을 담았다. 장진영 기자

윤석남 작가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1930년대 어느 봄날'. 폐목을 이용해 이름 없는 조선 여인들을 그려냈다. 장진영 기자

윤석남 작가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1930년대 어느 봄날'. 폐목을 이용해 이름 없는 조선 여인들을 그려냈다. 장진영 기자

작가 로버트 포그 헤리슨은 저서 '정원을 말하다'에서 "정원은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는 곳이다... 그 시간이 개인적이든, 역사적이든, 지리학적이든 간에 말이다. 과거의 모든 차원은 신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여기 한 뼘의 땅에 모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작품 설명 순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마치 전통정원을 산책하듯 덕수궁을 느긋하게 거닐며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각자의 상상을 더해보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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