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화장품 편집숍 불모지?…‘친환경’이 반전 계기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6:00

업데이트 2021.09.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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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9일 가로수길에 화장품 편집숍 레이블씨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배정원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9일 가로수길에 화장품 편집숍 레이블씨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배정원 기자

코로나19 이후로 화장품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명동, 강남역 등 주요 상권의 1층 매장을 차지하던 로드숍(거리의 소규모 점포)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편집숍부터 배달앱까지 새로운 형태의 뷰티 소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화장품 편집숍인 ‘레이블씨(Label C)’의 첫 매장을 열었다. 약 52㎡(16평) 규모로, 깨끗한(Clean)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브랜드를 선별(Label)해 소개한다는 의미다.

메종루이마리·뱀포드·압솔루시옹·쥬시뷰티 등 북미·유럽에서 수입한 자연주의 스킨·헤어·네일케어 및 향수를 판매한다. 친환경 편집숍답게 매장 내부는 참나무 원목과 천연이끼, 흙의 느낌을 낸 바닥 등 ‘도심 속 자연’ 분위기로 연출했다.

레이블씨 관계자는 “제품 진열에 집중한 기존 화장품 매장들과 달리 고객들이 ‘오감(五感)’으로 자연과 친환경 감성을 느끼며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왜 화장품 편집숍 ‘불모지’일까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시코르 론칭을 통해 '한국판 세포라'에 도전 중이다. 이소아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시코르 론칭을 통해 '한국판 세포라'에 도전 중이다. 이소아 기자

그동안 한국은 화장품 편집숍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미국에서 세포라·얼타뷰티 등 편집숍이 화장품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유통의 한축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여러 기업이 ‘한국판 세포라’를 내세우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라졌다.

한 예로 편집숍 벨포트는 2014년 수백억 원의 투자를 받아 가로수길·이태원·명동 등에 대형 매장을 열고,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축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부터 시코르를 통해 편집숍 시장에 도전 중이며, 2019년 한국에 진출한 세포라코리아도 코로나19 여파로 고군분투 중이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의 앳뷰티, 롯데백화점의 온앤더뷰티와 라코스메티크(라코), 온뜨레 등의 편집숍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화장품 편집숍이 성공하기 어려운 유통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고가의 수입 브랜드는 백화점 1층 매장, 중저가 제품은 올리브영·롭스·랄라블라 등 헬스앤뷰티(H&B) 업체들로 영역이 구분돼 있어 고객을 편집숍으로 끌어들이기쉽지 않다.

‘친환경’ 상권으로 거듭나는 가로수길  

가로수길에 문을 연 레이블씨는 친환경 클린뷰티를 지향한다. 사진 삼성물산

가로수길에 문을 연 레이블씨는 친환경 클린뷰티를 지향한다. 사진 삼성물산

편집숍의 특성상 샤넬·입생로랑·디올 등 인지도 높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생소한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기 때문에 홍보·마케팅을 무(無)에서 시작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 해도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빠지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 온라인 해외 직구나 병행수입으로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고 말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 506 대표는 “한국은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경험도 많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는 고관여 소비자 또한 많다”며 “이 때문에 편집숍은 단순히 새로운 해외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별한 큐레이션(편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재홍 레이블씨 팀장은 “친환경·비건·클린뷰티에 관심을 가진 MZ(밀레니얼·Z)세대가 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며 “가로수길 상권이 친환경 소비자를 모으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이블씨 매장은 이솝·러시·바디샵 등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매장과 가깝다. 때마침 아르켓·올버즈 등 친환경 패션 브랜드 매장들도 문을 열었다.

미샤·에뛰드, ‘배민’에서 주문  

한국의 로드숍 화장품은 매장 수를 줄이고, 배달앱·패션앱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들어가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배정원 기자

한국의 로드숍 화장품은 매장 수를 줄이고, 배달앱·패션앱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들어가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배정원 기자

한편 ‘K뷰티’ 열풍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로드숍은 매장 수를 대폭 줄이고 배달앱·패션앱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들어가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생필품·화장품을 즉시 배달하는 배달의 민족 ‘B마트’와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의 ‘쿠팡이츠마트’에 미샤·에뛰드·토니모리 등이 입점했다. 화장 소품뿐 아니라 아이라이너, 쿠션 제품처럼 색조 화장품도 판매 중이다. 일반 매장 배달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요기요에는 인근 로드숍 매장에서 배달이 가능하도록 뷰티 카테고리가 신설됐다.

MZ세대 이용자가 많은 패션 플랫폼에 대기업 뷰티 브랜드가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에이블리에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헤라·에스쁘아 등이 입점했으며, 브랜디에도 스킨푸드·홀리카홀리카·에뛰드가 제품을 판매 중이다. 확장세에 힘입어 에이블리의 뷰티 카테고리는 운영을 시작한 후 4개월 만에 거래액이 30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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