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성은 "뜬금없이 머리채 잡혀···내가 제보자? 말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9:29

업데이트 2021.09.09 19:40

“뜬금없이 머리채를 잡혔다.”

소위 ‘고발 사주’ 의혹에 등장하는 문건을 인터넷 매체(뉴스버스)에 전한 제보자로 거론되는 조성은씨가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조씨는 전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제보자로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페이스북에 “나를 공익신고자로 몰아가며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두 사람에 대해 “저 따위로 사건을 뭉개려 한다”고 바짝 날을 세웠다. 이날까지 제보자와 공익신고자의 정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으면서, ‘고발 사주’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점점 더 미스터리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2020년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0년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위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를 통해 통합당이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내용으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현재까지 미궁에 빠져 있는 3대 핵심 고리를 짚어봤다.

①뉴스버스 제보자= 고발 사주 의혹이 담긴 문건을 누가 인터넷 매체에 전달했느냐다. 국민의힘에선 “정치적 저의가 있을 것”이라며 제보자 찾기에 주력하는데, 그간 당 주변에선 조씨가 자주 거론됐다. 그는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이었다. 당시 김웅 의원과는 'n번방 TF'를 함께 했다.

다만 언론 인터뷰와 자신의 SNS 글 등을 통해 자신이 공익신고자임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조씨는 이날 통화에서 '제보자나 공익신고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 “그 부분은 제가 지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의 톤도 비슷했다.

김 의원에게 관련 자료를 받았나.
“그것을 포함해 공식적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뜬금없이 머리채를 잡혔다.”  
뉴스버스 관계자와 접촉한 적은 있나.
“그것조차도 말할 수 없다. 지금 한 마디 한 마디가 법적인 내용이 들어간다.”
제보자나 공익신고자는 아니라는 건가. (※뉴스버스 측은 제보자=곧 공익신고자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그것도 이야기할 수 없죠.”
혼란스러운데.
“저는 이틀 동안 한 끼 먹었다. 너무 황당하게 들이닥쳤다.”

당내에선 조씨 외에 법률지원단 소속의 다른 인물도 제보자 또는 '공익신고자'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②최초 고발장 누가?= 이번 의혹은 출발점부터가 의혹투성이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6일 입장문)라고 했고, 해명이 자주 바뀌긴 했지만 김웅 의원도 “고발장은 안 썼다”(8일 기자회견)고 입장을 정리했다.

'사주 의혹'에서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보냈다고 등장하는 고발장은 두 건인데, 여권은 지난해 4월 3일(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13명) 건 보다, 8일(최강욱 1명) 고발장을 더 의심한다. 이 고발장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가짜 인턴확인서 발급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는데, 4개월 뒤(2020년 8월) 통합당에서 유사한 내용과 형식의 고발장으로 실제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발 당시 참고자료가 된 고발장 초안이 정점식(현 윤석열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거쳐 당무감사실→당 법률지원단 소속 조상규 변호사에게 간 사실이 이날 추가로 파악됐다. 이준석 대표가 그동안 “고발장이 당으로 접수된 건 없다”고 해 온 탓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권은 “고발 사주가 실제 당의 고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공격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③‘손준성 보냄’ 메시지=의혹을 제기한 매체는 ‘손준성 검사→김웅 후보→통합당’ 순으로 고발장이 전달됐다면서, 그 근거로 전달과정에서 등장한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문구를 거론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조차도 지난 8일 “그 표시가 조작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발장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이게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 검사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고발장 전달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말까지 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선 “손 검사가 나서서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이재명 캠프 정진욱 대변인)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선 ‘손준성 보냄’ 문구 속 손준성이 아예 다른 인물일 수 있다는 등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 전 총장 측에선 ‘손준성’과 ‘보냄’의 글씨체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의혹과 완전히 선을 그으며 강공·정면돌파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지만, 캠프 내부에선 “파헤칠수록 곳곳이 뇌관이다. 윤 전 총장에 불리한 뇌관이 하나라도 터진다면 위태롭다”거나 "뇌관이 터지지 않고 결론없이 미궁속을 계속 헤맬 경우에도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건 결국 윤 전 총장"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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