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속 '덤보' 현실 나타난다? 찜통 지구서 모습 변하는 동물들

기후 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동물종이 생존을 위해 생김새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열 배출의 용이성에 따라 다른 귀의 크기를 가진 사막여우와 북극여우. 몸이 과열되면 조류는 부리, 포유류는 귀를 통해 주로 열을 방출한다. [이엔브이컨텐츠 ‧카라 제공]

이에 따르면 호주 디킨대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경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기후 온난화에서의 동물 형태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다수의 온혈동물들 사이에서 열 배출을 위한 신체 기관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포유류의 경우 털이 자라지 않는 귀나 꼬리가 커졌고, 조류의 경우 부리가 커졌다. 특히 조류에서 이런 크기 변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호주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앵무새 부리 크기는 187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최대 10%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인 나무쥐와 잿빛뒤지 등은 꼬리가 길어졌고, 박쥐의 경우 날개 크기가 늘어났다.

중간땅핀치(왼쪽)와 작은땅핀치의 체온을 보여주는 열사진. [뉴시스=생태와 진화의 경향 제공]

이에 대해 연구진은 열 배출 기관의 크기 증가는 여름 최고 온도의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더운 지방에 사는 동물들을 중심으로 신체 비율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877년 생물학자 조엘 애샙 앨런이 세운 ‘앨런의 법칙’에 따르면 따뜻한 기후에 서식하는 동물들일수록 체온을 배출할 수 있는 기관의 크기가 커진다. 같은 식육목 개과의 포유류인 사막여우와 북극여우의 가장 큰 차이점도 귀의 크기다.

이번 연구를 이끈 디킨대 조류학자 사라 라이딩 박사는 “지금 당장은 변화의 폭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구가 더 뜨거워질수록 머지않은 미래에 ‘덤보’(귀가 큰 디즈니의 아기 코끼리 캐릭터)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단지 생존을 위해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적응해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세계 230여개의 의학 학술지 편집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산업화 시대 이전 수준보다 1.5℃ 이상 높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과 생물의 다양성 상실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건강에 치명적인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골몰한 상태지만, 기후 위기 대응에도 ‘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