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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좀 주세요" 동네병원 읍소…정부 발표와 왜 다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서울의 A의원은 요즘 비상이 걸렸다. 14일부터 독감 국가 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되는데 아직 예년 물량의 절반 수준인 200명분밖에 구하지 못해서다. 독감 주사를 처음 맞는 생후 6개월~만 8세 영·유아의 경우 두 번 맞아야 해 물량은 더 부족해질 수 있다. A의원 관계자는 “근처에 초등학교가 2곳 있어 400명분 정도는 미리 준비해놔야 하는 데 불안하다”며 “그나마 우리 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 개원의들의 SNS 단체 대화방엔 독감 백신과 관련한 불만이 쏟아진다. ‘필요한 물량을 못 구했다’ ‘아예 백신을 살 수도 없다’ ‘B도매업체를 통해 사라는데 가격이 너무 올랐다’ 등이 오간다고 한다.

독감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앞두고 아직 백신을 구하지 못한 개원의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 (무료)접종은 14일부터 전국 2만여 위탁의료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대상은 생후 6개월~만 13세 어린이, 만 65세 이상, 임신부 등 1460만 명이다. 일반 성인은 유료 접종이다. 정부는 올해 2680만도즈(1회 접종 분량)의 독감 백신을 확보했다.

지난해 독감백신 점검 자료사진. 뉴스1

지난해 독감백신 점검 자료사진. 뉴스1

정부 확보물량 충분한데 왜 

표면적으론 물량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에선 물량 부족을 하소연한다. 이런 원인으론 우선 2680만도즈가 한꺼번에 풀린 게 아니라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이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독감 백신 물량도 그때그때 맞춰 공급된다.

더욱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코로나19에 집중하려 독감 백신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기존 수요처와 공급이 크게 어긋났다. 의약품 공급은 주로 제조사-도매업체-위탁의료기관으로 흐른다. 65세 이상 접종 물량의 경우 국가에서 독감 백신을 일괄적으로 구매해 의료기관에 공급해주는 만큼 예외나 영유아, 아동, 임신부 물량은 다르다. 병·의원이 도매업체 등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SK바사 기존 거래처 붕 떠 

이 때문에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기존 독감 백신을 거래하던 도매업체, 위탁의료기관은 붕 뜬 상태다. 다른 제조사나 도매업체와 거래를 터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지난해 백신 유통 중 상온 노출 사고, 이물질 문제 등이 잇따라 터지자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접종률이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독감 접종률은 64%로 2019년 73.1%에 비해 9.1%포인트 낮다. 낮은 접종률은 병·의원의 반품·폐기 물량으로 이어졌고, 결국 제조사·도매업체는 손해를 안았다.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새로 거래하게 될 위탁의료기관의 백신 사용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으로 물량을 책정한다. 하지만 일반 병·의원 입장에서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싶어하다 보니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품 불가 조건이 붙거나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안전성이 제기되면서 접종률이 떨어졌다. 사진은 한산한 위탁의료기관 모습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안전성이 제기되면서 접종률이 떨어졌다. 사진은 한산한 위탁의료기관 모습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개원의협 "국가가 구매해 공급을"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거래처나 박리다매로 대형 수요처에 독감 백신을 우선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래를 새로 터야 하는 병·의원 입장에서는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백신 판매조건으로 다른 의약품을 끼워 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어린이, 임신부 경우도 국가 예방접종사업 대상인 만큼 정부가 구매해 공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체 독감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린 게 아닌 상황에서 도매업체 입장에선 반품을 피하려 위탁의료기관이 원하는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위탁의료기관은 넉넉하게 확보하고 싶다 보니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 양측 의견을 들은 뒤 현재 중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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