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터파기 미룬 현대차…105층 명분보다 실리 택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3

업데이트 2021.09.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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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구 옛 한국전력 부지에 들어설 105층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GBC·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기초공사 일정이 9개월 미뤄졌다. 3층 높이의 GBC 홍보관을 지으려는 절차지만 그간 105층 1개 동에서 70층 2개 동, 50층 3개 동 등의 설계변경설이 나온 만큼 “미뤄진 기간에 설계변경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GBC 터 파기 일정을 2021년 10월에서 2022년 7월로 9개월 미룬다’는 내용의 4차 환경보전방안서에 대해 ‘별도의견 없음’으로 승인했다.  일정 변경의 이유는 ‘영동대로 방면 가설방음패널(8m)을 일부 철거하고 가설사무실(홍보관)을 설치한다’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건축면적이 721.85㎡(약 218.7평) 늘었고 건폐율(건축면적의 대지면적 비율)도 0.97%p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GBC 사업 개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현대차그룹 GBC 사업 개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강남구 영동대로 512번지에 들어설 지하 7층, 지상 105층의 건물 규모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변경 계획은 없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현대차 측이 105층 건물을 70층 2개 동 혹은 50층 3개 동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사 유예 기간 중 설계변경이 공식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터 파기는 높이부터 면적, 동 수 등 구체적인 건축 계획이 정해져야 진행할 수 있는 공정이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히려 층수를 낮추는 쪽이 기업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랜드마크로서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오피스를 짓는 게 실리적으로 나을 수도 있다”며 “드론택시,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로썬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절감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2014년 용지매입 당시 감정평가액(3조346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이미 투자한 상태다. ‘상징성보다는 실리를 택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안(569m)의 절반 높이인 260m까지 높이가 낮아질 경우 국방부에 최신 레이더 구매 비용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는 “원안대로 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현대 측에서 하는 것이고, 민간에서 결정한 내용을 지나치게 원안대로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설계변경으로 인해 현대차가 내기로 돼 있는 1조7491억원의 공공기여금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공공기여금의 상당 부분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국제교류복합지구,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공공기여금을 전제로 계획된 사업인 만큼 변화가 생기면 다른 사업들에 연쇄적인 파장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기여금은 사업자가 토지를 개발할 때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기부금이다.

현대차 측은 이날 층수 하향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GBC를 비롯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등 이 일대 개발사업 일정에 대해선 “터 파기 일정이 다소 미뤄진 것이지 2026년 완공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현대차 측에서 설계변경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재로썬 긍정, 부정으로 평가하기 힘들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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