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경선 100% 여론조사→당원 20% 여론조사 80%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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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5일 당사에서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 및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관위원장(오른쪽)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부터 윤석열·최재형 후보,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방안, 즉 ‘역선택 방지’ 도입을 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던 국민의힘이 5일 절충안을 도출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1차 대선 경선(9월 15일)에서 국민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대신 책임당원 여론조사 20%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 조사 50%가 반영되는 마지막 경선(3차 경선·11월 9일)에선 국민 여론조사에 한정해 민주당 대선주자와 국민의힘 주자의 일대일 대결을 가정해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밤 11시쯤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던 1차 경선을 당원 의사가 조금이라도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20%의 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했다”며 “마지막 3차 경선에서는 예정대로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 조사 50% 비율로 반영하되 국민 여론조사 50%에 대해서는 본선 경쟁력을 측정해 점수를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최후 여론조사를 단순히 후보 선호도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 대 국민의힘 ○○○후보 대결 시 누가 더 이길 공산이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식으로 묻겠다는 의미다. 외형적으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지만 실질적으론 역선택 방지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경선 룰의 타협책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선관위는 후보 8명을 추리는 1차 예비경선에서 ▶100% 여론조사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안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여론조사와 뺀 여론조사를 반반씩 합산하는 중재안 등을 놓고 일곱 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100%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사 80%,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자는 중재안이 나왔고, 최종 경선에 ‘본선 경쟁력’ 삽입 문구도 등장했다.

이날 선관위 결정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정해진 룰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선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하지만 3차 경선 때 여론조사 문항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는 평가다.

이날 국민의힘은 경선 룰 문제로 종일 어수선했다. 오후 3시쯤 열린 대선 예비후보 공정선거 서약식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12명의 당 예비후보 중 8명만이 참석했다. 역선택 방지 도입에 반대하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당 선관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불참했다. 이준석 대표는 “선관위의 운영에 불만이 있다고 당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행위는 매우 우려스럽고, 다신 반복돼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도 “몇 명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는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하려는 룰에 따르지 않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서약식 포토타임을 끝으로 약 50분 만에 종료됐다.

서약식 직전엔 정 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내가 들썩이기도 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이날 이 대표에게 고민을 얘기하며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이 대표가 만류해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이날 “사임 뉴스가 사실이냐”는 장성민 전 의원의 질문에 “제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보도가 나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손국희·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