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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도 못 막는 강남 아파트 매매…55%가 대출없는 현금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을 준비중안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뉴스1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을 준비중안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뉴스1

서울의 고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강남3구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15억원 초과 거래였다. 정부가 2019년 12·16대책을 통해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못 받도록 했지만, '현금부자'들의 거래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주담대 금지선 15억원 초과 거래 월 평균 686건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 1년(2020년 9월~2021년 8월) 동안 거래된 서울 아파트 5만5056건을 조사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 15억원 초과 거래는 8237건(월평균 686건)으로 전체의 15.0%를 차지했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 1년간 아파트 거래의 68.1%(1918/2816건)가 15억원 초과 거래였고, 강남구 56.6%(1799/3181건), 용산구 51.5%(627/1218건), 송파구 42.2%(1204/2852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의 비중은 55.6%(4921/8849건)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직 15억원 초과 거래가 나오지 않은 곳은 도봉·강북·금천·관악구 4곳에 불과하다.

서울 자치구별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자치구별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재건축 아파트가 높여놓은 '가격 천장'

또한 15억원 초과 금액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연식은 21.8년으로 나타났다.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의 '가격 천장'을 높여놓은 것이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위치한 양천구는 15억원 초과 금액에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연식이 29.3년이었고, 노원구(29.0년), 영등포구(27.7년), 강남구(26.1년) 등 순이었다. 올해 준공 35년을 맞은 강남구 개포동 현대3차 전용면적 163.85㎡는 지난달 10일 39억원(4층)에 매매가 이뤄져 작년 11월 30억원(2층)에서 9개월 만에 9억원 올랐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이주가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6.25㎡는 지난달 45억5000만원(2층)에 거래되며 작년 9월 33억7700만원(4층)에서 11개월 만에 11억7000만원 넘게 올랐다.

반면 성북구(5.2년), 서대문구(6.1년), 중랑구(8.3년), 종로구(9.4년) 등에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15억원 초과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2019년 준공한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의 경우 올해 들어 7건의 15억 초과 거래가 이뤄졌다. 서대문구에서 지난 1년간 15억원 초과 거래가 100건으로 북아현동 힐스테이트 신촌(준공연도 2020년), 이편한세상신촌(2018년) 등에서 주로 이뤄졌다.

강남 3구 아파트값 2년 만에 4억5000만원↑

 2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2021.9.2/뉴스1

2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2021.9.2/뉴스1

서울에서 아파트 주거 전용면적 1㎡의 가치도 크게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동향 통계의 자치구별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2389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2년 전(1853만원)과 비교하면 536만원 오른 것인데,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아파트로 따지면 2년 사이 15억7000만원에서 20억3000만원 수준으로 4억5000만원 넘게 뛴 것이다.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의 ㎡당 아파트값이 2139만원, 송파구가 1760만원으로 조사돼 강남 3구가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송파구는 2년 전(1220만원)과 비교하면 85㎡ 아파트값이 10억3000만원에서 15억원 수준으로 올랐고, 서초구는 2년 사이 13억6000만원에서 18억200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상승액 기준으로 보면 송파구(4억7000만원)가 1위, 강남·서초구(4억5000만원)가 나란히 2위다.

15억원으로 살 수있는 아파트 평균 면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5억원으로 살 수있는 아파트 평균 면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5억원으로 강남에선 25평, 금천에선 70평 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가 아파트 기준인 15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의 면적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15억원이 있으면 평균적으로 전용면적 기준 108.5㎡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2년 전에는 156.4㎡였다. 자치구별로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강남구에서는 15억원으로 평균 전용면적 62.8㎡ 이하의 집을 살 수 있고, 서초구 70.1㎡, 송파구 85.2㎡, 용산구 90.4㎡ 이하 등 순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179.4㎡, 중랑구는 166.5㎡, 강북구는 165.2㎡ 등이었다. 15억원으로 강남구에선 25평(공급면적 기준, 평균 전용률 77.6% 적용 시) 이하 아파트를 살 수 있고, 금천구에선 70평형대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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