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민주노총 감싸면 중도층 돌아설텐데…고민하는 與

중앙일보

입력 2021.09.04 07:00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의 갈등 심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이 지난 2일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하자, 민주노총이 “전쟁을 선포한다면 전쟁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며 사실상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0일부터 110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태를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의원은 “송영길 대표도 ‘우려된다’고 언급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투영된 ‘중도vs선명성’ 딜레마 

2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구인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구인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과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건 여당 대선 주자들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한 표가 아쉬운 대선 정국에서 전통적 우군이었던 일부 조합원들이 민주당을 향한 ‘비판적 지지’를 거두고, 정의당 등 다른 진보정당으로 표심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와 동시에 “민주당과의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무리한 조치”라며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뚜렷한 명분 없이 갑작스레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강화하기엔 중도층 이탈이 부담이다. 양 위원장이 코로나19 확산에도 5~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다, 구속영장 집행 역시 법원 발부(지난달 13일) 20일 만에야 집행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온 사회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두고 청와대나 여당이 뭐라 할 수가 없다. 깊은 접촉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딜레마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달 일제히 한국노총 지도부를 찾아 면담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노총과는 아직 면담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대화를 모색할만 하면 노·정 관계가 경색돼 면담 타이밍을 잡는 것도 녹록치가 않다”(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설명이다.

4년 내내 경색…대선 때는 결국 밀월 관측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청와대 백악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청와대 백악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딜레마적 갈등 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내 이어져왔다. 2019년 최저임금 관련 당·정·청 기류가 속도조절론으로 기울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전원이 사퇴한 게 대표적이다. 민주노총은 이밖에도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미흡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으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불참해왔다.

경색 국면이 길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양측의 접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와의 교섭 실무를 맡아온 한 민주당 환노위원은 “출신 인사들이 원내에 진입한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과는 경색이 길어지면서 중앙집행위와 접촉 포인트도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최근 총파업을 철회한 보건의료노조, 구조조정시 파업을 예고한 궤도협의회(지하철노조) 등 현안이 있는 부문별 노조와의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밀월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관측도 있다. 양강 구도 대선 정국에선 시간이 갈수록 민주당으로의 구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2017년 대선에서도 민주노총은 심상정(정의당)·김선동(민중연합당) 후보를 공개지지했지만, 전직 간부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최근에도 전직 위원장 4명이 지도위원을 사퇴한 뒤 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해 민주노총에선 “단결 투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현 정부에 공격적 입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들과는 척을 지지 않는 분리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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