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석만의 뉴스뻥]MZ노조 만든다니 친일파·일베냐 욕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며칠 전 택배 대리점주가 노조의 괴롭힘에 못 이겨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택배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피해자를 괴롭혔다는 것이죠. 노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 요구가 지나치거나 방식이 폭력적일 경우 문제가 됩니다. 특히 한국에선 노조의 강성 이미지가 강해, 투쟁과 파업 등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이에 대해 MZ세대가 반기를 들었습니다.
 노조가 왜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하며, 굳이 말로 해도 될 것을 투쟁 같은 용어를 써가며 갈등을 만드느냐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기존 노조에선 MZ노조를 경계합니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에서 새로운 노조를 만들 때 아들뻘 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냐, 일베냐 같은 과도한 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노조가 왜 정치를 하나 

 “응원 목소리도 있었지만, ‘변태 일베’, ‘사측의 개’라는 표현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 언사들이 많았다.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을 뿐인데, 이렇게 욕먹을 일인가 싶었다. 원래는 노조의 ‘노’ 자도 몰랐다. 2019년 입사 때까지 평범한 공시생이었다. 서너 시간 자면서 공부만 했고 자격증 4개를 땄다. 젊은 노조원 대부분이 그렇다.”
 “7월쯤 기존 노조가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곳곳에 붙였다. 역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런 걸 왜 붙이냐고 항의하는 승객들이 많다. 승강장과 대합실에 붙은 포스터를 떼러 다니면서 노조가 왜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지 의아했다. 백번 천번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대 어긋난 강성 노조

 노조의 정치화는 한국 노동운동의 오랜 특징입니다. 과거에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과 궤를 같이 할 때는 노조의 정치적 행동에 명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으로서 민주화가 끝나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정착시켜가는 지금엔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80년대의 유물에 젖어 전투적인 정치행동을 보이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납니다. 실제로 한국의 노사 협력 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인 130위입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의 조사 결과죠. 이웃나라인 일본은 5위, 대만은 12위입니다. 대신 우리는 브라질 및 남아공과 비슷합니다. 공통점은 세 나라 모두 뒤늦은 민주화와 함께 전투적 노동운동을 겪었다는 것이죠.
 오늘 뉴스뻥 라이브에서는 2030이 주축이된 올바른노조의 송시영 위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9세의 청년이지만, 그의 생각은 매우 정제돼 있고 논리적이었습니다. 생방송 도중 댓글을 남겨주시면 방송 말미에 여러분의 의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새 술을 담기 위해선 새 부대가 필요하듯, MZ세대에게 새로운 노조의 바람을 기대해 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