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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갈데가 없다, 강북 절반이 5억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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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중간값)이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넘었다. 중위가격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의 중간 가격으로 강북 아파트 전세 매물 절반 이상이 5억원을 넘는다는 의미다. 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공급 확대책 발표 등 정부가 아파트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주간 기준)은 7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전국 아파트값도 2012년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의 ‘8월 주택가격 동향’(지난달 16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5억43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3억7858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억2575만원, 약 33%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3억원대를 꾸준히 기록하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 통과 이후 9월 4억원대를 넘어섰고, 11개월 만에 5억원대를 돌파했다.

서울 전체의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8월 4억6876만원에서 6억2648만원으로 약 1억6000만원 올랐다. 지난 1년간 34% 상승했다. 강남의 경우 5억4746만원에서 7억3606만원으로 1억9000만원이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늘어났고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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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3억1149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6월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달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분석한 지역별 시황을 보면 “전세 매물 부족” “전세 매물 희소함” 등과 같은 의견이 압도적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전달 대비 2.56%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은평구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신규 전세 물건이 부족하고 가격도 강세”라는 분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당장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차 2법을 유예하고 임대차 신고제를 통한 거래 정보를 모아 분석한 뒤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전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기준이 시세와 동떨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전세자금 대출 상품인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3억원 이하, 지방 2억원 이하여야 한다.

은평구 한달새 전셋값 2.6% 상승 … “임대차법에 매물 말랐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6억2648만원으로 1년 전 보다 33% 올랐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시세표. [뉴시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6억2648만원으로 1년 전 보다 33% 올랐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시세표. [뉴시스]

2015년 1월 만들어진 정책상품으로 당시 서울 강북의 중위 전셋값은 2억5625만원, 전국은 1억8445만원 선이었다. 2018년 9월부터 두 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주택보증금 기준을 1억원씩 올려 수도권 4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1억2000만원, 지방 8000만원으로 신혼부부의 경우 수도권 2억원, 지방 1억6000만원이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한도도 적지만 금리가 연 1.8~2.4%로 낮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국 아파트 절반 이상의 전셋값이 3억원을 넘어서 상당수가 이를 적용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져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주택을 살 때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주택 가격 5억원 이하)이나 금융위원회의 보금자리론과 같은 대출상품 기준도 함께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셋값에 이어 집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5분위(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원을 기록했다.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정부 출범 당시 8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4년3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지난달 3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40%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7주째(0.32%→0.36%→0.36%→0.37%→0.39%→0.40%→0.40%→0.40%) 최고 상승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주 0.50%에서 0.51%로, 인천이 0.41%에서 0.43%로 오르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서울도 0.21% 상승하며 65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다만 상승 폭은 일주일 전(0.22%)보다 0.01%포인트 줄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과 인기 단지 위주로 올랐으나 시중은행 대출 중단과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일부 관망세를 보이며 상승세가 아주 소폭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만 11.56%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5.29%)의 두 배를 넘어섰다. 서울에선 노원구가 0.31% 올라 22주 연속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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