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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별개 회사…法, 강제동원 '미쓰비시 대금' 압류 해제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추심해달라고 낸 신청을 취하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거래한 것이 아니다”라는 국내 기업 LS엠트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이 피해자 측 신청을 받아들여 일본 기업의 현금자산에 대해 첫 압류·추심 결정을 내리면서 강제징용 손해배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배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관련 기사 중앙일보 8월 19일 자 강제징용 피해배상 위해, 미쓰비시 국내 현금자산 첫 압류)

징용 피해자 측, 압류·추심명령 신청 취하로 압류 해제

2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해마루와 법무법인 지음 측은 1일과 2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압류·추심명령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에 지난달 12일 내려진 법원의 LS엠트론 물품대금 8억여원에 대한 압류·추심결정은 효력을 잃고 압류는 해제됐다.

2018년 11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1명과 유족 3명은 지난달 초 미쓰비시 중공업이 국내 기업 LS엠트론으로부터 받을 물품대금 채권을 특정하고 이를 압류 및 추심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미쓰비시 중공업이 배상에 나서지 않자 피해자 대리인 측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그 일환으로 미쓰비시 중공업과 국내기업 사이의 물품대금 채권 압류에 나선 것이다. 이에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LS엠트론이 지급해야할 미쓰비시 중공업 물품대금 중 8억5319만여원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압류 결정 이후 결정의 제3 채무자인 LS엠트론 측이 법원에 “우리 회사의 거래 기업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아닌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시스템”이라고 소명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즉 LS엠트론이 가진 채권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아닌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시스템이라는 별개 회사의 것이므로 압류 결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이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채권에 대한 압류·추심명령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채무자 심문 없이 결정하되 추후 소명 절차를 거친다.

LS엠트론 측, 신용장·구매증명서로 “별도 회사와 거래” 입증

LS엠트론 측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LS엠트론은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채권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명 근거 자료로 크게 3가지를 제출했다고 한다.

근거 자료는 미쓰비시중공업 엔진시스템의 이력사항전부증명서와 물품대금 신용장, 구매주문서가 제출됐다. 이력사항 전부 증명서에는미쓰비시중공업 엔진시스템의 법인번호 등이 포함됐다. 물품대금신용장 및 구매주문서에도 LS엠트론의 거래 상대방이 미쓰비시중공업 엔진시스템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이를 살펴본 피해자 대리인 측도 설명자료를 통해 “LS엠트론측의 진술서 및 그에 첨부된 증빙자료를 확인했고 LS엠트론측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LS그룹이 ‘매입처로 미쓰비시중공업을 공시한 것은 오기’라고 주장해왔고 최근 이를 정정 공시까지 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압류 취하 및 압류 해제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시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 대리인은 “할머니들이 많이 허탈해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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