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배상 위해, 미쓰비시 국내 현금자산 첫 압류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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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배상을 받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에서 받을 돈 8억여원을 압류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거래 대금을 국내 기업에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추심 명령도 내려졌다. 이런 구체적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S엠트론이 미쓰비시 줄 돈 압류
스가 보복 땐 한·일관계 악화 우려
LS가 거래한건 미쓰비시 계열사
본사와 동일회사인지 다툼 예고

앞서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수차례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은 한·일 관계에 극히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일본 측이 제기한 대로 한국 기업의 일본 내 자산 압류 등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양국 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 판결을 받고도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 기업의 재산이 없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제 손해배상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법원의 압류 및 추심 결정으로 실제 배상이 목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LS엠트론에 대해 보유한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이달 초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1명과 사망한 피해자 3명의 유족들이 법원에 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에 따른 것이다. 18일 법원의 결정이 제3 채무자인 LS엠트론에 도달했고 압류 효력이 발생했다. LS엠트론은 법원 결정의 효력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압류된 물품대금은 LS엠트론이 트랙터 엔진 등 부품을 구매한 뒤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지불할 대금이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사건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에 따르면 압류 결정을 받은 채권액은 청구금액 총액 기준 8억5319만원이다. 이 금액은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4명의 손해배상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집행 비용 등을 합한 금액이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대전지법 등에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내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인 피엔알(PNR) 주식에 대한 압류 명령을 냈다. 대전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재산인 상표권을 압류했다. 다만 주식과 상표권은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일반적인 재산이 아니어서 특별 현금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압류와 추심이 별개 절차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반면에 물품대금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결정 명령은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쉽다. 하지만 LS엠트론과 거래가 있는 기업이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미쓰비시중공업의 자회사라는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LS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인 LS엠트론이 법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것은 맞다”며 “다만 LS엠트론이 거래하고 있는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란 회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 동일 회사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에야 법원 통보에 대해 어떻게 따를지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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