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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부적절 관계 그후…'탄핵'으로 컴백한 백악관 인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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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르윈스키가 지난 1일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탄핵' 시리즈 시사회에 참석했다. 레드카펫엔 섰지만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고. 이유는 기사에 나온다. AP=연합뉴스

모니카 르윈스키가 지난 1일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탄핵' 시리즈 시사회에 참석했다. 레드카펫엔 섰지만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고. 이유는 기사에 나온다. AP=연합뉴스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가 평생 떼고 싶었던 꼬리표다. 르윈스키는 20대 초반이었던 1995년 백악관에 인턴으로 근무하며 2년에 걸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수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했다.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 세월은 흘렀고 르윈스키는 48세가 됐지만 꼬리표는 여전하다. 어차피 떼지 못할 꼬리표, 르윈스키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미국 디즈니 계열 유료 방송국인 FX에서 공개되는 드라마를 통해서다. 르윈스키 본인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드라마의 제목은 ‘탄핵(Impeachment).’ 오는 7일(현지시간) 공개된다. 르윈스키 스캔들을 중심으로 10화에 걸쳐 당시 상황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최근 열린 드라마 시사회 객석에 르윈스키 본인은 없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최악의 시기를 굳이 내가 다시 볼 필욘 없지 않겠나”라고 르윈스키는 뉴욕타임스(NYT)와 1일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한다. 그는 상영회 시간 동안 자신의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정기 상담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부적절한 관계 당시 르윈스키와 클린턴. AFP, CNN캡처

부적절한 관계 당시 르윈스키와 클린턴. AFP, CNN캡처

르윈스키 스캔들엔 드라마적 요소가 차고 넘친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수차례 벌어진 세계 최고 권력자와 20대 인턴과의 부적절한 관계, 이를 털어놓는 르윈스키의 말을 몰래 녹음한 그의 동료의 불법 녹취록, 사건을 파헤친 특별검사의 보고서 등등.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지켜냈지만 르윈스키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NYT에 “안 해본 게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을 떠난 그는 오리건 주로 이주해 마케팅 분야에 취직을 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그는 “구직 시험에 적어도 50번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고향인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갔고 미국에서는 드물게 20대 중반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도 받았다. 르윈스키는 NYT에 “인생 최악의 암흑기였다”며 “내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봐 어머니는 제 침대맡을 지키셨고, 샤워할 때도 문을 열고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르윈스키에겐 책을 내자거나, 방송을 하자는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르윈스키를 연기하는 배우 비니 펠트스타인. AP=연합뉴스

르윈스키를 연기하는 배우 비니 펠트스타인. AP=연합뉴스

그러다 2010년, 한 대학생이 성관계 몰래카메라가 유출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르윈스키의 어머니가 그 뉴스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르윈스키는 문득 수치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르윈스키는 “수치심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한 사람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내 스스로가 얘기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송에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지난해 ‘탄핵’ 시리즈에 제작자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그의 친구였다 적수로 변한 린다 트립이 사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트립은 스캔들 당시, 르윈스키의 동료였고,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어서 끊으라고 충고도 해줬다. 그러나 르윈스키가 자신에게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백하는 것을 몰래 녹음하고, 이를 특검에 제출한 것도 트립이었다. 트립의 녹취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르윈스키는 베테랑 기자인 바버라 월터스와 인터뷰에서 “녹취한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때 엄청나게 무서웠고 배신감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트립은 그러나 “불법 녹취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며 “한시라도 더 빨리 공개를 했어야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립은 지난해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르윈스키는 당시 WP에 “어떤 일이 있었건,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르윈스키의 고백을 불법 녹취해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린다 트립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르윈스키의 고백을 불법 녹취해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린다 트립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NYT는 “르윈스키는 이제서야 ‘그 여자’ 즉 본인에 대해 제대로 얘기할 준비가 됐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길은 쉽지 않았다”고 평했다. NYT와의 인터뷰는 제작사 스튜디오에서 일부 진행됐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전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의 큰 사진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힐러리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홍보 포스터였다. 르윈스키는 웃으며 “(여기에서 보다니) 재미있네”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과거의 일은 예전처럼은 나를 흔들어놓지는 않아요”라며 “20년 넘게 그랬으면 충분했지”라고 덧붙였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 대항마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르윈스키는 누굴 찍었을까.

힐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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