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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천으로 댕댕이 옷, 비누로 쓸수 있는 명함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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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폐기물종합처리장. 이곳에 마련된 40㎡ 규모의 작업공간에서 식탁·옷장·의자 등 가구 20여점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각보를 덮어 놓은 듯 형형색색 화려한 테이블은 불과 3주 전만 해도 곳곳에 흠집이 있던 낡은 원목 가구였다.

성남시 폐기물종합처리장에 들어온 폐가구를 업사이클링하고 있는 예술가들. [사진 성남시]

성남시 폐기물종합처리장에 들어온 폐가구를 업사이클링하고 있는 예술가들. [사진 성남시]

예술가 15명은 지난 3주 동안 폐기물종합처리장에 들어왔던 폐가구를 ‘업사이클링(새활용)’해 재탄생시켰다. 가구에 다른 색을 덧칠하거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전문가 손길을 통해 폐가구들은 ‘세상에 딱 하나뿐인’ 작품이 됐다. 이 가구들은 오는 6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전시회를 거쳐 학대가정 등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될 예정이다. 장미라 성남시청 자원순환과 재활용팀장은 “버려지는 폐가구를 업사이클 해 소각되는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문화가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과 같은 친환경 정책이 지자체 정책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 등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감축’은 절박한 과제가 됐다.

포천시가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반려동물 옷. [사진 포천시]

포천시가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반려동물 옷. [사진 포천시]

경기도 포천시는 최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섬유 원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원단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자투리 원단은 반려동물 옷이나 겨울철 가로수를 보호하는 천 등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포천시는 업사이클 브랜드 ‘리코(리사이클+에코)’를 정식으로 특허청에 등록하고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설 예정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자투리 원단 처리 문제 해결과 기업의 환경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를 나눈 뒤 버려지곤 하는 명함을 비누로 만든 지자체도 있다.

인천시가 중증장애인생산시설 등과 협업해 만든 친환경 명함은 비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인천시]

인천시가 중증장애인생산시설 등과 협업해 만든 친환경 명함은 비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인천시]

인천시는 물에 녹는 친환경 비누명함을 제품화 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름·전화번호 등 개인 신상이 적혀있는 흔한 명함이지만, 물이 닿으면 바로 비누가 된다. 명함에 새긴 잉크도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콩기름을 써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인천시는 전했다. 특히 이 명함은 관내 중증장애인과 노인이 생산 과정에 참여한다.

백상현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은 “대다수 명함은 혼합 재질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소각되는 게 현실”이라며 “친환경 비누 명함이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친환경 자원순환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일반 시민들의 노력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가정주부가 여섯 달 넘게 시민을 위해 ‘제로 웨이스트’ 지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가게들을 정리한 ‘용기 내 용인’이다. “용인시민이라면 용기(勇氣)를 내서 용기(容器)를 내밀자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대표 운영자인 박모(43·여)씨는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썼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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