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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만원짜리 인강이 공짜…오세훈 야심작 ‘서울런’ 완주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000님의 학습사이트는 메가스터디입니다.’

서울시의 교육플랫폼 ‘서울런’ 사이트에 로그인을 한 뒤 수강신청을 클릭하자 안내말이 떴다. 대형 온라인강의 업체인 메가스터디의 모든 강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고등학생이 같은 상품을 1년동안 이용하려면 최대 86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런 회원에게는 무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서울런이 지난 27일 문을 열었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1타 강사’의 강의를 듣는 강남 학생들을 취약계층이 따라잡을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다. 기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서울런 회원아이디를 빌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회원가입 절차는 간단하다. 저소득층은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자신이 가입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홈런과 대성마이맥, 에듀윌 등 8개의 업체가 무료 수강 선택지로 주어진다.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언론에 입소문을 탄 스타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차별화된 포인트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현강’을 뛰는 강사들도 여럿 있었다. 대학 입시를 판가름하는 요소 중 하나인 논술 강의도 무료다. 주요 대학별 기출문제 분석을 비롯해 입시 자기소개서 작성 강의도 있다. 이는 강남구청에서 제공하는 ‘강남인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콘텐트다.

일반시민을 위한 코딩 교육, 글쓰기 강의, 금융교육 등의 ‘오픈 강의’도 241개 존재했다. 금융감독원 등 각 공기관들이 가진 자원을 서울시가 활용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단, 성인들이 이 홈페이지를 꾸준하게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성인 대상 강의를 지원하는 서울시 평생학습포털과 겹치는 측면이 있는데, 평생학습포털은 낙후돼 실질 수강생이 많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십수년 간 고착화돼온 ‘학력 대물림’ 현상의 원인이 온라인 강의가 부족한 데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안일한 생각”이란 비판을 제기해왔다. 서울시는 우선 전체 학생의 10% 이용률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서울런 사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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