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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국회의장에 대놓고 욕하는 친문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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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8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8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친문핵심 김승원, 국회의장에 'GSGG'

'개XX ' 쌍욕..문빠들의 욕설폭탄 연상

1.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8월31일 새벽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GSGG’라는  욕설문자를 투척했습니다. 김승원은 언론중재법 처리를 주도해온 친문핵심입니다. 31일 새벽 중재법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국회의장을 욕한 겁니다.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해야 상정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법처리가 좌절되었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2. 김승원은 페이스북 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습니다.
‘박병석~~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존칭 없이 국회의장 이름을 불러 놓고..감사한다고? 글의 의미는 GSGG로 분명해집니다.
인터넷에서 욕할 때 머리글자만 연결하는 방식인데..영어 알파벳으로 한번 더 비틀었습니다. 그러니까 GSGG를 같은 발음의 한글 머리글자로 바꾸면 ‘ㄱ ㅅ ㄲ’가 됩니다. 판사출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3. 김승원은 이 표현이 문제가 되자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의지에 서브해야한다는 뜻을 적은 것’이라며 영어로 ‘Government serve general G’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문법도 단어도 맞지않습니다.
신속정확하게 설명해준 사람은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입니다. ‘개XX’라고..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욕한 의원은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김승원이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한 것도, 금태섭이 분연히 나선 것도 다 같은 맥락입니다.
김승원은 언론중재법을 가로막는 국회의장이 미웠나 봅니다. 같은 당 출신, 국회 최다선(6선) 원로, 평소 ‘적을 만들지 않는’ 스타일의 국회의장에게..이런 상식밖의 짓을 할 정도라면 상당한 적대감입니다.
이런 반응은 문빠들이 흔히 보여온 행태입니다. 자기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성..특히 비아냥 섞인 욕설문자.

5. 금태섭이 나선 건 동병상련 때문일 겁니다. 금태섭은 2019년 연말 공수처법에 기권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고 탈당했습니다. 문빠들의 욕설문자 폭탄에 시달렸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야 한다..모욕을 당한 것은 박병석 의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국민 전체라고 볼 수 있다..이런 사람이 우리를 대표한다니 부끄럽다.’

6. 문빠들의 이런 욕설폭탄을 일찌감치 경고한 사람은 황교익입니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오래된 친노,친문,친조국입니다. 그가 지난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직후 문빠 해체를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 중 온라인에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심한 욕설을 한다는 것..내버려두면 이들이 문재인은 물론 민주당도 죽일 것이다.’

7. 황교익 역시 ‘수년간 욕설폭탄에 시달려왔다’고 합니다.
정작 그의 글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은..‘문파를 조직하고 이용한 자들은 이들을 해체하는 방법도 알 것이다..선을 한참 넘었다. 당장 해체시켜야 한다’입니다. 욕설 댓글부대를 조직한 사람이 있다는 고발입니다. 드루킹을 지휘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처럼..민주당 정치인을 겨냥한 듯합니다.

8. 문빠들이 진보성향 민변(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금태섭을 몰아냈고, 오랜 친문 셀럽 황교익을 배제했으며, 급기야 DJ의 권유로 정치에 뛰어든 원로 국회의장까지 공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황교익이 지목한 ‘조직하고 이용한 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역의원의 욕설 시전을 보면 아직 해체할 조짐은 없어 보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