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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 혼술인데 기분만 내면 되지 만취할 필요 없잖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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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콜 맥주인 '하이네켄 0.0' [사진 마켓컬리]

무알콜 맥주인 '하이네켄 0.0' [사진 마켓컬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이모(38)씨는 이른바 ‘주당’이다. 평소 술을 즐기고 자주 마신다. 적어도 일주일에 3일은 회식이나 지인이 함께하는 저녁 자리에서 소주같이 알코올 도수 15% 이상인 술을 마셨다. 그런 이씨가 요즘 알코올이 거의 없는 맥주나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재택근무(주3일)를 하면서다. 이씨는 31일 "집에 주로 있다보니 알코올 도수 1% 안팎의 술을 찾게 됐다"며 "아이들한테 취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 싫어 중여지책으로 저 알코올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나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저알콜(무알코올) 주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홈술’이나 ‘혼술’을 하면서 취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기분만 내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건강한 음주문화가 퍼진 것도 이유다. 직장인인 박민혁(43‧서울 당산동)씨는 “아무래도 혼술을 하거나 가족이 있는 공간에서 술을 마시면 음식점에서 여럿이 왁자지껄 마실 때처럼 취하도록 술을 많이 마시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알콜맥주인 '카스 0.0' [사진 오비맥주]

무알콜맥주인 '카스 0.0' [사진 오비맥주]

시장조사업체인 IWSR에 따르면 세계 저 알코올 주류 판매량은 2024년까지 31%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지난해 저 알코올 주류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늘었다. 국내 저 알코올 시장은 아직 맥주 중심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무알코올 맥주 매출액은 전년보다 34% 늘었다. 시장 규모는 8년 만에 13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업계에선 시장 성장세나 국내 인구수 등을 고려하면 4년 안에 2000억원 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 첫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은 건 하이트진로음료이다. ‘하이트제로0.00’을 2012년 11월 출시했는데 누적판매량이 7200만캔 수준이다. 알코올이 전혀 없어서 ‘임산부 맥주’로 불린다. 이어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출시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있다. 알코올(0.00%) 뿐 아니라 당(0g)과 칼로리(30kal)까지 줄였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카스 0.0’을 출시하며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평균 알코올 도수 5% 안팎인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일반 맥주와 같은 방식의 발효‧숙성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앞세웠다. ‘맛이 밍밍하다’는 무알코올 맥주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방편이다. 출시 이후 8개월간 온라인에서만 200만캔 이상 팔렸다. 지난 4월엔 ‘하이네켄 0.0’, 지난해 6월엔 ‘칭따오 논알코올릭’ 등이 나왔다.

하이볼. [사진 와인나라]

하이볼. [사진 와인나라]

맥주 외에 무알코올 칵테일이나 스피리츠(위스키‧브랜디‧진 같은 증류주)나 스파클링 와인도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0.5% 저 알코올 스피리츠인 ‘아토피아’, 피르노리카도 저알콜 스피리츠인 ‘셀틱 소울’을 만든다. 쓴 맛이 줄어든 대신 과일향 등이 진하다.

탄산수에 알콜을 첨가한 저알콜 탄산주인 '더티 하드셀처' [사진 아영FBC]

탄산수에 알콜을 첨가한 저알콜 탄산주인 '더티 하드셀처' [사진 아영FBC]

아예 탄산수에 알코올을 살짝 첨가하는 ‘하드셀처’도 인기다. 술에서 알코올을 줄인 것이 아니라 물에 알코올을 첨가해 당분이나 칼로리가 거의 없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하드셀처’는 망고향이 나는 알코올 도수가 3도짜리 ‘탄산주’다. 하이트진로음료의 ‘이슬톡톡 레모나’도 알코올 도수가 3도다. 오비맥주는 ‘컷워터’ 4종을 최근 선보였다. 당분과 탄수화물이 없는 99kal 저칼로리다. 아영FBC도 최근 ‘더티 하드셀처’ 2종을 출시했다. 단백질이 없는 비건(채식주의자) 인증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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