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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대리점장 극단선택, 노조원 향해 "너희 때문에 죽음의 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월 14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한 택배 대리점에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배송을 하지 못한 택배들이 쌓여있다. 뉴스1

지난 7월 14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한 택배 대리점에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배송을 하지 못한 택배들이 쌓여있다. 뉴스1

경기도 김포의 한 택배 대리점장이 ‘택배노조의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채 발견됐다.

31일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타살 혐의점이 없어 경찰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이와 관련해 대리점연합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를 통해 전국택배노조의 불법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중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리점연합이 공개한 이씨의 유서에는 “이번 노조 이슈로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파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무책임한 집배 업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라며 “마음 단단히 먹고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에,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파업에 우울증은 극에 달아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썼다.

그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지속적인 괴롭힘, 공격적인 언행을 겪는 한 사람에게는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또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다는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에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시점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대리점에 근무하는 배송기사는 17명 중 12명이 택배노조 소속이다. 이씨는 유서에 지회장을 비롯한 이들 조합원 12명의 이름을 적고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대리점연합회와 고인 측은 이들이 지난 5월부터 택배 분류작업과 대체배송을 거부하고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배송기사와 대리점주를 괴롭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점연합이 공개한 모바일메신저 기록에는 한 배송기사가 이씨에게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했다.

대리점연합 측은 “어떠한 위로도 유족의 아픔을 달랠 수는 없지만 고인과 유가족 뜻의 따라 해당 조합원의 잘못을 밝히고 처벌이 내려지도록 돕겠다”며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마련하라”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을 마련하고 이 사건과 관련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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