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2018, 평창” 인연…스포츠계 미스터 클린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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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인 2011년 7월 초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자신이 1면에 나온 신문을 들고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인 2011년 7월 초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자신이 1면에 나온 신문을 들고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걱정하지 마세요. 평창은 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만 열심히 하세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삼수에 도전하던 때의 이야기다. 박용성 당시 대한체육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2001~2013년)이던 고 자크 로게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로게 전 위원장이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박 회장은 30일 중앙일보에 처음으로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박 회장은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스포츠 행정가였다”며 “예리하고 냉철한 인물이지만 따스한 면모도 있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 당시 로게 위원장은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유치전의 승리자로 “평창!”을 호명했다. 평창은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세번째 도전 중이던 2010년에도 유치전 현장에서 만난 IOC 위원들 중 상당수는 평창과 평양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게 전 위원장은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평창 유치전 투표결과를 보고 멈칫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은 IOC내에서 큰 화제였다. 그는 평창 유치 성공 직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평창이 생각보다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해서 포커페이스가 일순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평창은 독일 뮌헨(25표), 프랑스 안시(7표)를 제치고 63표를 얻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한때 정형외과 의사로 일했던 그는 요트 세일링과 럭비 종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국가대표로 다수 출전했다. 선수 은퇴 후엔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해 IOC의 유럽 지부 격인 EOC에 진출했고 점차 능력을 인정받아 IOC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위원장 시절엔 반(反) 도핑, 즉 약물 퇴치 캠페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일부 IOC위원들이 유치 후보지 위원회 측에서 뇌물을 받곤 했던 관행을 근절하는 데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IOC 위원들 사이에서 ‘미스터 클린’으로 불린 까닭이다. 올림픽에 출전하기엔 연령이 안 되는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유스(Youth) 올림픽도 제창해 꿈나무 육성에 힘썼다.

IOC는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엄청난 슬픔을 표하며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닷새간 조기(弔旗)를 게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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