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살인마가 화장품 방판…여성 손님들은 정체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7:27

업데이트 2021.08.30 19:41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3개월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며 여성들을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채울 정도로 재범우려가 있다는 사법 당국의 판단이 있었지만, 그 위험은 시민의 일상에 그대로 방치됐다.

강씨 출소 이후, 화장품 방문판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화장품 영업직으로 생계를 꾸려왔다고 한다. 교도소 교정위원을 맡은 한 목사의 주선으로 가정이나 사무실에 방문해서 화장품을 파는 일이었다고 한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복역 중에 강씨와 친분을 맺은 목사가 직접 화장품 업체에 일을 해보라고 주선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방문판매 형태의 다단계 영세업체”라고 말했다.

강씨의 범죄 전력으로 볼 때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강씨가 했던 화장품 영업직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숙소도 알선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대상자가 생업에 안정적으로 종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기된 지적들을 염두에 두고 지도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 집 인근엔 초등학교…주민들 “아예 몰랐다”

30일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30일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강씨의 집에서 약 37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성인 걸음으로 5분 정도면 당도하는 거리다. 하지만, 주민 누구도 강씨의 존재와 신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주민 김모(56)씨는 “뉴스에 우리 동네가 나와서 그제야 알았다. 밤길에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강씨의 신원정보가 없었다. 판결에 따라 공개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를 공개하고, 지역별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이 사이트는 2008년부터 운영됐다. 강씨는 그 이전(2005년)에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신상이 기록되지 않았다. 2005년 강씨는 공범 3명과 함께 두 달간 3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 절도, 성범죄를 벌여온 왔으며 그 범죄로 15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출소 3개월 만에 여성 두 명을 살해했다.

방치된 위험… 문 앞에서 가버린 경찰

연합뉴스TV

연합뉴스TV

이번 사건으로 경찰과 법무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전자발찌 훼손 당일인 27일 3차례, 이튿날인 28일 2차례 총 5차례에 걸쳐 강씨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첫 번째 살인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경찰관이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한 건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경찰관들이 좀 더 적극적인 경찰권을 행사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도입해 관리하는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살인과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