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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살인마가 화장품 방판…여성 손님들은 정체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3개월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며 여성들을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채울 정도로 재범우려가 있다는 사법 당국의 판단이 있었지만, 그 위험은 시민의 일상에 그대로 방치됐다.

강씨 출소 이후, 화장품 방문판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화장품 영업직으로 생계를 꾸려왔다고 한다. 교도소 교정위원을 맡은 한 목사의 주선으로 가정이나 사무실에 방문해서 화장품을 파는 일이었다고 한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복역 중에 강씨와 친분을 맺은 목사가 직접 화장품 업체에 일을 해보라고 주선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방문판매 형태의 다단계 영세업체”라고 말했다.

강씨의 범죄 전력으로 볼 때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강씨가 했던 화장품 영업직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숙소도 알선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대상자가 생업에 안정적으로 종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기된 지적들을 염두에 두고 지도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 집 인근엔 초등학교…주민들 “아예 몰랐다”

30일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30일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강씨의 집에서 약 37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성인 걸음으로 5분 정도면 당도하는 거리다. 하지만, 주민 누구도 강씨의 존재와 신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주민 김모(56)씨는 “뉴스에 우리 동네가 나와서 그제야 알았다. 밤길에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강씨의 신원정보가 없었다. 판결에 따라 공개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를 공개하고, 지역별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이 사이트는 2008년부터 운영됐다. 강씨는 그 이전(2005년)에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신상이 기록되지 않았다. 2005년 강씨는 공범 3명과 함께 두 달간 3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 절도, 성범죄를 벌여온 왔으며 그 범죄로 15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출소 3개월 만에 여성 두 명을 살해했다.

방치된 위험… 문 앞에서 가버린 경찰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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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경찰과 법무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전자발찌 훼손 당일인 27일 3차례, 이튿날인 28일 2차례 총 5차례에 걸쳐 강씨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첫 번째 살인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경찰관이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한 건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경찰관들이 좀 더 적극적인 경찰권을 행사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도입해 관리하는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살인과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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