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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아빠·사탕 주던 군인…카불 테러로 숨진 美 해병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해병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병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들의 사연이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및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 26일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희생자들의 유족과 지인들이 알린 여러 사연을 소개했다. 미 국방부는 카불 공항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라일리 매컬럼은 지난 201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했다. 유족은 “그는 평생 해병이 되고 싶어했다”며 제대 뒤에는 학생들에게 역사와 레슬링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특히 매컬럼은 아이의 출산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예비 아빠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매컬럼이 그의 아내를 다정하게 안고 있는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또 다른 전사자인 카림 니코이는 지난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니코이는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고, 전쟁이 끝나면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해병대원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한 어린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해병대원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한 어린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코이는 테러 발생 전날 부친에게 한 동영상을 보냈다고 한다. 대피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혼란스러운 카불 국제공항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해군 의무병 막스 소비아크도 이번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 소비아크의 여형제는 “그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다 숨졌다”고 추모했다. 캘리포니아주(州) 리버사이드 카운티 보안관의 아들인 해병대원 헌터 로페즈도 귀국 후 부모를 뒤를 이으려 했지만, 끝내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SNS에서는 테러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유하며 그들을 추모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자”라며 “형제여, 편히 쉬소서”라고 글을 올렸다.

한편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 설립된 IS-K는 파벌 다툼으로 떨어져나온 탈레반 세력의 일부로, IS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생겨난 곳이다. 지부 명으로 내세운 호라산(Khorasan)은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지역을 의미한다.

이번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낼 것이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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